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수원삼성과 제주유나이티드의 8강 경기에서 수원이 승부차기 끝에 2-1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경기 후 수원 선수들이 서포터들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가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침입해 온갖 욕을 배설한 일부 팬들에 대한 분노, 지원은 줄이며 현장 사기를 꺾는 언행을 한 구단 고위층을 향한 서운함 등이 겹쳐 팀을 떠났던 서 감독은 박찬형 대표이사(제일기획 부사장)의 거듭된 만류로 지난 15일 전격 복귀했다.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었다. 탐탁치 않게 여긴 수장을 쫓아내지 못한(?) 구단과 집 떠났던 감독의 동거는 정상적이지 않다. 축구계는 “희대의 코미디”라고 혀를 찬다. 이번 사태로 모기업과 구단은 계속 엇박자를 내고, 프런트는 쪼개져 ‘안 되는 집안’의 전형이 된 수원의 이미지는 더욱 망가졌다. “임기는 올 시즌까지”라고 못 박았으나 서 감독의 체면도 구겨졌다.
유일한 기대요소는 선수단이 얻을 동력이었다. 염기훈 등 여러 고참들이 떠난 스승의 집을 계속 찾아갔다. 결정타는 아니었으나 복귀에 큰 영향을 끼친 건 틀림없다. “선수들이 내내 눈에 밟혔다.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싶다”고 말한 서 감독의 눈가가 촉촉했다.
복귀 시점도 묘했다. 이번 주말 K리그1 33라운드를 끝내면 24일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홈 2차전을 갖는다. 국내·외를 오가며 예정된 단판 토너먼트다. 일주일 새 모든 걸 잃고 추락할 수 있었다. 이에 서 감독은 “상황이 좋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행히 첫 걸음은 좋았다. 제자들은 어렵게 돌아온 스승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1-1에서 돌입한 연장전에서도 한 골씩 주고받았고, 결국 ABBA룰의 승부차기에서 2-1로 이겼다. 3차례 상대 킥을 선방한 골키퍼 신화용이 빛났다. 앞선 전북 현대와 챔피언스리그 8강 홈 2차전에서도 경이로운 거미손 방어를 펼친 베테랑 수문장 덕분에 수원은 2002·2009·2010·2016년에 이은 통산 5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수원과 울산 현대, 전남 드래곤즈, 대구FC로 압축된 4강 대진추첨은 18일 진행된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