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미친 재능 김민구 “행복하게 농구하고 싶었다”

입력 2019-10-1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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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 김민구. 사진제공|KBL

201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농구 팬들은 새로운 스타 탄생에 환호했다. 주인공은 당시 경희대 재학 중이던 김민구(28·원주 DB). 한국은 필리핀과의 4강전에서 79-86으로 패했지만, 27점을 쏟아 부은 그의 활약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회 베스트5에 선정된 김민구는 ‘제2의 허재’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슛, 드리블, 패스에 스피드까지 겸비한 테크니션이었다. 천부적인 농구센스는 그야말로 ‘미친 재능’이었다.

2013 KBL 드래프트 2순위로 전주 KCC 유니폼을 입은 김민구는 기대와 달리 프로농구 무대에서 그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2014년 여름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자체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동시에 이 사고로 골반 뼈가 부러져 몇 차례에 걸쳐 큰 수술을 받았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적이었다. 3년간의 재활 끝에 코트에 섰지만, 10~15분 내외를 뛰는 벤치워머가 그의 자리였다.

김민구는 지난 여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왔지만 반응이 싸늘했다. 원 소속구단 KCC와 재협상 끝에 최소 연봉인 3500만 원(계약기간1년)에 도장을 찍은 뒤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DB로 이적했다.

DB로 이적을 원한 이유는 단 하나, 행복하기 위해서였다. 김민구는 “내가 부족한 것이 첫 번째 이유겠지만, KCC에서는 출전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나도 곧 서른이 된다. 한 살이라도 나이가 들기 전에 뛸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DB 이상범 감독(50)은 연습경기 때부터 김민구를 팀의 핵심 자원 중 한명으로 중용하고 있다. 그는 9일 안양 KGC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승부처인 4쿼터 2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팀 승리(86-81)에 공헌했다.

김민구는 “과거의 일(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린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다. 늘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재활하는 동안 ‘내가 재기할 수 있을까’라며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나를 믿어준 가족, 친구, 팬들을 생각하며 재활을 해왔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최소연봉으로 계약을 했지만, 지금 내게 돈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뛰는 것이다. 친구인 (김)종규와 한 팀에서 신나고 행복하게 뛰고 있다. 재활을 하는 동안 부모님의 마음고생이 컸다. 아마 지금 모습을 보면 부모님도 행복해하고 계실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더 나아질 것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민구의 ‘미친 재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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