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2루주자, 그 후 20년③] 덜 위험해진 그라운드 안, 더 안전해져야 할 그라운드 밖

입력 2021-04-16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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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건강 문제를 포함한 복지 관련 사안들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복지는 필수라는 지적이다.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KBO리그는 초반부터 앰뷸런스가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딕슨 마차도(롯데 자이언츠), 유한준(KT 위즈) 등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2000년 4월 18일 故임수혁의 일 이후 경기장 내 안전 가이드라인이 확립된 덕분이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의 처우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고액 연봉의 1군 스타플레이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1군 간판급 선수는 소수다. 해마다 최소 110명의 신인들이 KBO리그에 입단하고, 그만큼의 숫자가 유니폼을 벗는다. 그 순간부터 보호대는 사라진다. 한 베테랑 선수는 이에 대해 “개인사업자의 운명 아니겠나”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수년 전 투수 A는 갑작스런 방출 통보를 받았다. 팔꿈치에 적잖은 통증을 느끼고 있던 탓에 재활 중이던 시점이다. 은퇴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트레이닝 센터에서 몸을 만들었는데 통증이 심해졌고 결국 자비를 들여 진료를 이어갔다.

KBO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ML)의 사정을 모두 아는 이들은 이 대목에서 차이가 크다고 지적한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에이전트 A는 “메이저리그 일부 구단에는 ‘exit physical’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출 시점에 신체검사를 진행해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만일 이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된다면 직업병으로 판단, 방출 이후에도 조치를 취한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구단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일 수 있지만, 그 혜택은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ML에서 활약했던 ‘끝판왕’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은 “보험은 주마다 다르게 적용한다. 해당 주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를 받는데, 전체적으로 사후 관리까지 꼼꼼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ML과 KBO리그를 거쳤던 봉중근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협의 위상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 위원은 “선수가 불합리한 조치를 당한다면 선수노조 차원에서 먼저 목소리를 낸다. 시즌 보이콧까지 언급할 수 있는 건 설령 구단으로부터 연봉을 받지 못해도 보전할 수 있는 돈과 힘이 노조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년 전 선수협 차원에서 회비를 통해 야구장 임대와 관련한 수익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선수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한 탓에 무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수협의 힘이 강해진다면 숙원사업인 ML식 연금제도 도입까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선수가 1년에 60만 원을 내면 KBO 차원에서 60만 원을 함께 적립하는 10년짜리 보험 상품은 있다. 10년 뒤 이자 포함 1200만 원 이상이 모이면 이를 일시불 혹은 분할 수령하는 방식이다. ML식 연금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은 “양의지 회장을 필두로 한 현재 회장단과 집행부 모두 연금제도 및 은퇴 후 처우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머리를 맞대 고민해 좋은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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