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고래책갈피]일하며느끼는행복의무게는?즐거움

입력 2008-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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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어느 거리에서 ‘가장 행복한 일꾼’을 뽑는 대회가 열린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는 지금 심사위원의 한 사람으로 그곳에 앉아 있다. 성공한 사업가, 멋진 몸매의 모델, 유능한 대학 교수…참가자들 모두 자신의 수입과 사회적 위치를 들먹이며 행복이란 단어를 쏟아낸다. 심사위원들은 머리를 북북 긁어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때, 거리 한쪽에서 신바람 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엔 파란색 작업복과 고무장화를 신은 청소부가 온화한 미소로 휘파람을 불며, 시를 외고, 가곡을 부르며, 거리의 표지판을 닦고 있다. “괴테가 쓴 '마왕'에 이런 구절이 있어.”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숨죽인다. 심사의원들도 파란 사다리를 올려다보며 깜짝 놀란다. 표지판 청소부가 시인과 음악가에 대해 줄줄 꾀고 있다니, 가장 낮은 곳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고정관념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닌가. 드디어 이번 대회의 ‘가장 행복한 일꾼’을 결정해야 할 시간! 심사위원을 맡은 우리들은 가장 행복한 일꾼으로 누구를 뽑을 것인가? 과연! 모니카 페트의 ‘행복한 청소부’(풀빛)를 읽고 잠깐 동안 떠오른 상상이다. 이 그림책은 날마다 음악가와 시인의 거리 표지판을 닦던 청소부가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만약 행복에 공식이 있다면, 표지판 청소부는 행복이란 답을 얻기 위해 어떤 공식을 쓴 걸까? 그것은 간단하다. 청소부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기 위해 자신이 닦던 표지판 속 주인공들을 한 사람씩 알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음악가와 작가를 알기 위해 밤새 음악을 듣고, 도서관 최고의 단골손님이 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음악가와 작곡가에 대해 즐겁게 강연하는 행복한 청소부로 변해 있었다. 어느 날, 그에게 대학 강연을 부탁하는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거리의 청소부가 대학 교수가 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아닌가! 그러나 그의 답장은 짧았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귀하고 천한 일, 행복하고 불행한 일이 따로 정해진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자녀가 좀 더 많은 보수와 좋은 대접을 받으며 일하길 바라는 것은 솔직한 부모 마음 아닌가. 그래야 행복할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하며 느끼는 행복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다. 행복의 무게를 재는 저울의 눈금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저울의 바늘을 움직이는 힘 또한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청소부는 귀띔한다. 내 아이가 표지판 청소부처럼 평생 동안 행복하게 일하며 살아가길 바란다면, 먼저 아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관심을 갖자. Clip! 1) 청소부 아저씨는 날마다 음악가와 시인들의 거리 표지판을 닦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2) 만약 청소부 아저씨가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 모르고 지냈다면 어땠을까요? 3)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직업은 뭘까요? 이 혜 용 분홍고래모임 필자. 아마존 사람들을 수중도시로 이끌던 전설의 분홍고래(BOTO)처럼 아이들에게 고래보다 더 큰 꿈을 그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동작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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