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저자오르한파묵“파묵도몰랐던파묵고향이야기로풀어내”

입력 2008-06-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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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의 오르한 파묵이 어머니 품에서 이스탄불 도시를 바라본다.‘이스탄불’(민음사) 책을 펼치면 소년, 청년 오르한 파묵의 사진을 볼 수 있다. 평생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살았고, 소설 배경이 이스탄불이었던 작가가 자신의 고향에 대해 말하는 책이 ‘이스탄불’이다. 오르한 파묵은 2006년 노벨상 수상작가로 터키 내 민족 문제를 비판하다 테러의 위협에 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고향을 사랑한다. 작품을 쓰는 한 계속 터키 이스탄불에 머무를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정치적 압력 때문에 문학적 도시를 바꾼다. 그래도 유네스코 통계를 보면 인간의 97%는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죽는다”고 그는 말했다. 신간 ‘이스탄불’에서는 이스탄불 작가의 성장기와 도시 얘기를 읽을 수 있다. 신문 기자들이 “소설이 죽어갑니까? 문학이 죽어갑니까?” 물을 때마다 그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파묵은 다른 문화가 발달해도 책은 계속 씌어질 것이라 굳게 믿는 작가이다. ○ 파묵, 금기에 도전하다 “나는 문학인으로서 많은 고초를 겪었다. 소설에서 쓴 것보다는 인터뷰나 모임에서 정치적 문제로 많은 갈등을 겪었다. 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너는 왜 나에 대해서 쓰니?”라며 비난을 했다. 왜 가족이나 민족의 비밀에 대해서 쓰냐는 것이다. 물론 재판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 책상 앞에 혼자 앉아 35년 동안 글을 썼다. 모든 종류의 선입견, 유토피아, 학문적 관점, 문학적 규칙 등 내게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들이다. 작가를 멋있게 만드는 게 바로 이런 작업이다. 터키의 금기, 정치적 금기, 군대에 대한 비판, 역사에 대한 비판 등을 발견하는 것이다. 작가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봐야 한다. 삶의 경험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필요하다.” ○ 파묵, 문화적 민족주의를 생각하다. “나는 정치적 민족주의자도 아니고 문화적 민족주의자도 아니다. 하지만 문화적 민족주의는 비서구권 작가들의 고민이다. “터키인처럼 써야지”, “한국인처럼 써야지” 생각을 한다. 미국인들은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민족 문화를 다루는 민족주의는 굉장히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민족주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터키의 정치적 민족주의는 터키 전통이나 역사와 관련이 없다. 문제는 바로 인종주의이다. 우리는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나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나라로 이주해 고통 받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문화 때문이 아니라 인종주의 때문에 무시를 당한다. 나는 서양에서 수입한 것을 터키 전통 스타일과 함께 버무린다. ‘검은책’은 서양 이야기와 터키 전통 이야기가 서로 붙어있는 것 같다. 그 책은 1990년에 발표됐다. 이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쓴다. 지역적인 것이 되기도 하고, 국제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문학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1단, 2단… 나중에는 라이트를 키고 운전하면서 생각을 한다. 35년 후에는 1단인지 2단인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동차는 스스로 간다. 내가 타고 있는 차는 이제 스스로 가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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