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은차선,‘순수’앞에‘꼼수’없다…오염된영웅들은노생큐

입력 2008-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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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미국프로구단은 서커스단처럼 각 지역을 돌며 경기를 벌이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순회경기를 펼치다가 구단주들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안으로 고안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리그제도이다. 리그 소속팀들에게 대등한 기회를 준 다음 정기적으로 경기를 함으로써 고정 팬을 확보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제도를 발명한 것이다. 리그제가 만들어진 후 구단주들이 발견한 또 한가지 흥행사업이 바로 챔피언 결정전이다. 시즌을 통해 고조된 팬들의 흥미를 막판 뒤집기라는 극적인 단기승부로 연결시키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고안되었다. 유럽 쪽은 막판에 소속리그가 뒤바뀌는 승강제도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 흥미를 더하기 위해 팀간 전력격차를 줄이는 각종 제도 등이 개발되었고, 신생구단의 진입장벽을 높여 한정된 자원을 놓고 구단간에 경쟁하는 것을 가능하면 피한다. 대등한 기회의 부여, 팀간 전력격차 완화, 희소성의 유지 등은 프로리그사업이 흥행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한 핵심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흥행전략도 ‘스포츠의 순수성 유지’라는 핵심가치 위에 설 수는 없다는 것을 이들 구단주들은 잘 알고 있다. 전세계 리그들은 스포츠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행위에는 가혹할 정도로 엄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 승부가 조작되거나 약물의 힘을 빌어 좋은 기록을 내는 행위 등은 한 순간에 리그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에 휘말렸던 이탈리아 프로축구 팀에 대한 승점 15점 감점, MLB 불멸의 최다안타기록을 세우고도 명예의 전당에 못 들어가게 된 피트 로즈 등이 일벌백계의 대표적인 예이다. 국내프로야구에서 뛰었던 리오스에 대한 일본야구의 중징계도 그런 차원이다. 국내 프로구단은 아직 흑자는 꿈도 못 꾸는 실정이지만 스포츠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나중을 위해서라도 어떤 무거운 징계를 내리더라도 가볍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건전한 여가선용’(야구 배구), ‘국민 심신의 건전한 발달에 기여’(축구), ‘건전한 사회분위기를 조성’(농구) 등 국내 프로연맹의 설립목적에는 ‘건전한’ 이라는 단어가 모두 들어가 있다. 우리 역시 스포츠의 순수성 유지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프로연맹의 정관 맨 앞부분에 이 단어를 넣었을 것이다. 금지약물 복용과 승부조작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막는 게 최선이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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