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5천만명연기뿜는나라,흡연천국차이나‘담배와의전쟁’

입력 2008-08-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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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가의 천국’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 성과는 여전히 ‘글쎄요 …’다. 베이징시 정부는 지난해 9월 베이징시 택시 6만6000대에 이어 지난 5월부터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했다. 그 결과 학교, 역, 사무실 빌딩, 중대형 식당 등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됐고, 올림픽 기간 동안 운동선수들은 담배회사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거리 입간판의 담배광고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의 대부분 음식점들은 여전히 담배 연기로 자욱하다. 술집은 말할 것도 없다. 거리를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여전하다. 택시기사들은 금연표지를 들이대지만 손님들은 ‘농담하쇼?’하는 얼굴로 태연히 담배를 꺼내든다. 전 세계 흡연인구의 3분의 1인 3억5000만명의 흡연가들이 살고 있는 중국. 과연 끽연가들의 천국답게 중국의 담배문화는 뿌리가 깊다. 매년 120만 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있지만 황당하게도 중국인들 사이에는 ‘담배는 건강에 유익하다’는 생각이 두루 퍼져있다. 중국의 의사들은 병원 복도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운다. 중국 의대교수들 중 절반 이상이 흡연자이다. 중국정부가 의사 3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30% 이상이 ‘담배는 심혈관계에 문제를 일으킨다’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두 손 들 수밖에. 중국에서 흡연은 매우 중요한 사교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후연초는 불로장생’라 하여 식사 후 흡연을 즐기는데 비해 중국인들은 식사 중에도 흡연을 한다. 초면에 명함을 건네듯 담배 한 개비를 건네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이때는 비흡연자라 해도 예의상 받아두는 것이 좋다. 우리와 다른 점은 나이에 상관없이 ‘맞담배’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배를 권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인들에게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일종의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의식에 가깝다. 희뿌연 담배연기 속에 ‘너와 나는 펑요우(친구)’라는 우정이 싹트는 것이다. 순한 담배를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독초’를 즐기는 것도 중국 흡연문화의 특징이다. 중국은 땅덩이가 넓은 데다 워낙 흡연인구가 많다보니 담배산업이 크게 발달해 있다. 각 지방마다 다량의 브랜드를 쏟아내고 있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담배를 피워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중화’는 중국에선 ‘있는 사람’들이 피우는 럭셔리 담배이다. 한 갑에 60위안(약 8700원)이나 한다. 중화를 피우는 중국인들의 얼굴에서는 ‘나 이런 사람이야’하는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대략 한 갑 2500원 수준으로 평준화 되어있는 한국담배와 달리 중국은 담배 값이 천차만별이다. 2∼3위안짜리 서민들이 피우는 싸구려 담배가 있는가 하면 한 개비에 50위안이 넘는 초고가 담배도 공존하는 곳이 중국이다. 베이징의 ‘맑은공기 산업연맹’이 네티즌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베이징 공기를 더럽히는 10대 악습’ 중 1위에 ‘공공장소 흡연’이 올랐다. 2위는 자동차 불량운전, 3위는 아파트 호화 인테리어로 인한 오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흡연자들은 금연표지가 붙은 식당에 앉아 “담배를 피우지 않느니 차라리 굶겠다”며 자욱한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흡연과의 전쟁은 역시 세상에서 가장 힘든 전쟁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담배이야기 ● 임표는 술도 담배도 멀리 했는데 63세에 죽었다 ● 주은래는 술을 즐기고 담배는 멀리 했는데 73세에 죽었다 ● 모택동은 술은 멀리하고 담배를 즐겼는데 83세까지 살았다 ● 등소평은 술도 즐기고 담배도 즐겼는데 무려 93세까지 살았다 ● 장개석 군대의 부사령관을 지낸 장학량은 술과 담배에 ‘여색’까지 가까이 했는데 101세까지 살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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