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부터 가야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2008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주인공 이주희(36, 강원)의 소감은 다소 엉뚱하지만 솔직했다. 이주희는 동메달이 확정된 후 노총각 신세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2남3녀 중 장남인 이주희는 자신을 제외하고 가족들 모두 가정을 꾸려 부모님과 정신적인 지주 할아버지께 불효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 같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주희는 지난 96년 인천 한국 파이프에서 근무 중 아연 도금로에 실족하는 불의의 사고로 화상을 입어 양측 다리를 절단하게 됐다. 당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재활치료 도중 입원 동료들과 목동사격장을 우연히 방문했다가 전율을 느낄 정도로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사격에 흠뻑 빠져들었다. 자신의 장애도 장애였지만 사고 이후 12년간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지 못했던 것도 사격의 매력에 너무 깊이 빠져 버린 것이 주요 요인. 하지만 이주희는 이제 올림픽 무대에서 당당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에 가정이라는 둥지를 틀고 사격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실 이주희는 최근 절정의 컨디션으로 이날 내심 금메달을 겨냥했었다. 베이징으로 오기전 3개월 동안 오전, 오후 2시간씩 하루 총 4시간의 강훈련을 집중적으로 소화했던 이주희는 최근 손감각과 집중력이 살아나 내심 금메달까지 내다봤던 것. 결국 올림픽에 첫 출전한 긴장 탓에 동메달에 그쳤지만 그의 금메달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상투를 틀고 싶은 노총각’ 이주희는 주 종목인 P3-25m 권총 SH1과 P-50m 자유권총 SH1이 오는 10일, 12일 남아 있어 2개의 금메달을 조준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