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팀컬러가 된 ‘발야구’는 이종욱(28·사진)이 있어 가능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그의 발은 단연 빛났다.
4-4로 맞선 7회 무사 만루. 두산 4번 김동주가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타구는 삼성 우익수 최형우가 한참을 달려나와 잡아야 할 만큼 짧았다. 웬만한 주자라면 발을 뗄 엄두도 못 냈을 터. 하지만 3루에는 이종욱이 있었다. 그는 최형우가 공을 잡는 순간 날렵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삼성 포수 현재윤이 송구를 받기 위해 홈을 잠시 비우는 동안 득달같이 파고들었다. 5-4 역전. 덕분에 2루주자 오재원과 1루주자 김현수도 한 베이스씩 더 갔다. 삼성으로서는 이종욱의 발을 막아보려다 3루를 또 내준 셈이다.뿐만 아니다. 이종욱은 1회 선두타자 안타, 5회 전상렬과의 연속 안타로 끊임없이 밥상을 차렸다. 8회에는 우익수 키를 넘기는 3루타로 쐐기점수까지 뽑아냈다.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 ‘만점’이 아깝지 않았다.
이종욱은 “사실 7회에 안 뛰려고 했는데 최형우가 주춤하면서 뒤로 물러나는 듯이 공을 잡길래 순간적으로 뛰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