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문턱닳는MLB비디오방

입력 2008-1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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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츠 셰이스타디움 클럽하우스 옆에는 작은 창고 크기의 공간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공기도 탁하고 어두컴컴한 이 방에 무슨 일인지 많은 선수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경기 전은 물론 경기 중, 그리고 경기 후에도 말이죠. 물론 이곳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소수의 직원들에게만 오픈된 공간이다보니 매일 야구장을 찾는 미디어들도 이곳의 실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메츠 직원 한명이 출입을 통제하는 이 공간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너무 낡고 비좁은 이방은 메츠 비디오 코디네이터의 사무실이자 비디오 자료실이랍니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많은 메이저리거들은 비디오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입니다. 한동안 MLB에서도 데이터야구가 유행을 했지만 이상하게도 정작 선수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비디오 만큼은 많은 선수들이 하루에 한번씩은 꼭 점검하는 편이었습니다. 메이저리그 많은 팀들이 비디오 코디네이터 아니면 비디오 코치를 풀타임으로 기용할 정도니까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기야 데이터에 거의 신경쓰지 않는 편인 김병현 선수의 경우도 비디오는 자주 봤으니까요. 비디오에 민감한 콜로라도 로키스 같은 경우엔 미니 방송시스템을 원정지까지 들고가 덕아웃 안쪽에 설치할 정도랍니다. 경기중 선수들과 코치들은 모니터를 통해서 슬로모션으로 상대편 투수의 구위와 컨디션을 점검하면서 작전을 짜기도 하구요. 토드 헬튼같은 경우엔 삼진을 당하고 씩씩대면서 덕아웃으로 들어오자마자 찾는 곳이 바로 비디오 시스템입니다. “도대체 무슨 공이었어?” 이렇게 비디오 코치에게 물어보는 건 당연하겠죠. 특히 슬럼프에 빠진 투수들 같은 경우엔 코치나 팀메이트와 같이 찾을 때도 있습니다. 다저스 시절 서재응 선수는 에릭 가니에와 같이 비디오를 보며 투구폼을 분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왜 하필이면 에릭 가니에냐구요? 둘다 승부구가 체인지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비디오방 직원은 선수들에게 조언까지 할 정도로 선수들은 그들의 눈을 존중한답니다. 매일 수십경기를 직접 편집하다보니 어느 스카우트보다도 많은 양을 소화하기 때문일테지요. 그러나 비디오에 관해 메츠 노장 투수였던 앨 라이터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입니다. 라이터는 신인선수들이 비디오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매니 (라미레스)를 한번 봐라. 쟤가 비디오나 데이터를 한번이라도 보는것 같냐? 야구는 심플하게 아무 생각없이 해야지…. 원래 바보들이 야구를 잘한다니까.”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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