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WBC대회주전3루수?

입력 2009-01-24 12: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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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김광현의 등장은 국가대표에 더 이상 구대성, 송진우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 선언이었다. 왼손이라는 희귀성, 일본과 경기에서의 특수성 때문에 체력적인, 혹은 부상이나 신변의 문제 때문에 국가대표 승선을 사양하려 해도 차마 뿌리치지 못한 그들이었지만, 두 명의 좌완은 혜성처럼 나타나 순식간에 두 노장의 역할 이상, 나아가 국가대표 에이스 자리까지 한 번에 꿰찼다. 그들에게 경험을 쌓는 시간 따윈 그리 많이 필요해보이지 않았다. 90년 대, 그리고 2000년 대 초반까지 국가대표를 맡은 감독들은 3루수 선발에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강타자 김동주와 빼어난 수비력의 김한수. 이 2명의 발탁이면 모든 게 충분했다. 경기 초반에 김동주를 넣어 점수를 올리고 막판에 대 수비요원 김한수로 커버하는 것 보다 더 좋은 전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두 선수가 나란히 빠진 지금. 우리나라의 핫코너는 이제 누가 지킬까? SK 와이번스의 최정이 성인 국가대표 첫 선발에서 일약 주전 3루 자리를 노리고 있다. 24명의 베이징 올림픽 최종 엔트리 발표 때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최정은 지난 16일 발표한 제 2회 WBC 대표팀 예비 엔트리 45명 가운데 포함돼 국가대표 유니폼을 받았다. 당초 김동주 주전에 최정 백업체제를 생각했던 김인식 감독이지만, 김동주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전 3루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올라섰다. 입단 당시 거포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수비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이며 확고한 주전의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던 최정은 그러나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죽음의 펑고를 받으며 플래툰 시스템이 주를 이루었던 SK 팀 내에서도 몇 안 되는 고정 출전 선수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2007년의 홈런 타자에서 2008년 컨텍 위주로 급변하면서 중간에 스위치 타자로의 변신도 시도하는 등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변신의 변신을 거듭했던 최정은 지난해 .328의 타율과 12홈런, 61타점으로 김현수(.357), 홍성흔(.331)에 이은 리그 타율 3위에 올랐다. 송구에서 간혹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수비력도 수준급으로 성장했다. 김동주 같은 대단한 거포는 아니지만 이미 김태균, 이대호 등 오른손 거포가 포함된 대표팀 라인업을 볼 때 중하위 타선에서 짭짤한 공격력을 선보일 전망이다. 이범호는 최정의 경쟁자이자 충분한 대체자원이 될 것이다. 지난 1차 대회 때 김한수의 부상 때문에 대신 발탁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애초에는 빠져 있었으나, 김동주의 고사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차 대회에서 이범호의 등장은 대단했다. 공격력은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이었지만, 수비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에 주전으로는 김재걸이나 정성훈이 투입될 것이란 전망을 깨고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그 전까지 국내에서 보여준 것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고, 이내 주전을 차지했다. WBC를 통해 4강, 군 면제 뿐 아니라 자신감과 엄청난 경험이라는 자산을 얻은 이범호는 이어진 국내리그에서도 완전 업그레이드 된 기량을 선보여 사실상 WBC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었다. 앞서의 설명대로 이미 오른손 거포를 보유하고 있는 타선을 감안하면 펀치력의 이범호보다는 짜임새 있는 최정이 주전 3루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험을 중시하는 김인식 감독 스타일이나 국제경기의 압박감을 감안할 때 이범호의 3루 기용 가능성도 충분하다. 둘 중에 누가 최종 주전이 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인정을 받고 있다. 사실상 이번 WBC는 김동주 이후 차세대 국가대표 붙박이 3루수가 누가 될지를 판가름해볼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될 것이다. 과연 최정이 프로선수가 된 이후 첫 국가대표 발탁 무대에서 김동주, 이범호, 정성훈, 이현곤, 이대호, 김재걸 등 현역 3루수들을 단 한 번에 따라잡고 주전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지, 남은 한 달 여의 시간이 그 결과를 말해주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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