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에서보여줄추신수의가치

입력 2009-01-30 14: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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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를 2년 연속 정상에 올렸던 김성근 감독에게는 ‘7번 타자 = 제 2의 톱타자’라는 이론이 있다. 안타나 출루율면에서 좋은 기존 1번 타자가 누상에 나가 2번을 거쳐 3,4번에서 승부를 거는 것처럼 7번이 나가면 다소 파괴력이 떨어지는 8,9번 타자가 진루를 시키는 목적으로 공격에 임한 뒤, 다시 돌아온 1번 타자가 안타를 때려 득점을 하는 게 그의 전략이었다. 국가대표 급 선수들인 최정, 박경완 등이 7번에 들어서고, 스피드보다는 안타 제조기 쪽에 가까운 이진영이 1번으로 들어왔던 건 거물급 타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팀의 공격력을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적어도 김 감독의 입장에선 7번 타자의 역할은 어쩌면 5,6번보다도 각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인 야구 시각으로는 7번과 그보다 앞선 타순이 가진 위력, 혹은 팀에서 가치 정도의 차이는 매우 크다. 굳이 어려운 말 필요 없이 중심 타자와 하위 타자의 차이로 쉽게 구분하게 마련이다. 클리블랜드에 속한 추신수의 이번 시즌 예상 타순에 대해서 많은 이견이 있다. 중심타순에 넣어도 손색이 없는 타자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감독이 7번 타순에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더니 하루 만에 또 어떤 전문가는 추신수가 3번 타자로 가장 이상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물론 최종 선택은 감독이 상황에 따라, 추신수의 컨디션에 맞춰 알아서 할 일이지만 3번과 7번의 차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상당한 갭이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추신수의 타순 전망이 엇갈리는 데에는 우투수에 대한 상대 전적이 보여주는 데이터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지난해 추신수의 우투수 상대 전적은 240타수 76안타로 .317타율에 홈런 11개 52타점, 커리어 전체로 따지면 404타수 121안타로 3할 타율에 14홈런, 79타점이 된다. 우투수에 대한 OPS(1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기준)가 전체 빅리그 선수 중 9위(.992)에 올랐던 점을 들어 얼마 전 ESPN은 추신수를 우완투수에게 가장 위험한 타자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추신수가 분명 오른손 투수와의 대결에서 생산력을 보이는 타자임에는 분명하지만 반대로 좌투수와의 승부까지 실력이 입증된 건 아니기에 우투수만 나오는 게 아닌 경기에서 초반승부만 보고 무턱대고 중심타순으로만 밀 순 없다는 게 반대론적 전문가들의 입장인 셈이다. (물론 여기에도 웨지 감독이 좌투수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서 추신수가 검증을 받을 수 없었던 거지, 애초에 못 치는 건 아니라고 반론한다면 논쟁은 아무리 이어져도 결론이 날 수 없다.) 결국 추신수가 중심 타선에 적합한 타자인지, 아니면 우투수에게만 강하기 때문에 중심타선에 넣기는 힘들다고 봐야하는 것인지는 WBC에서의 활약여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결정된 부분은 아니지만 흥미롭게도 김태균-이대호와 함께 클린업트리오에 포진해 3번 타순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추신수는 WBC 대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혹은 어쩔 수 없이 좌투수를 계속 상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종욱(혹은 이용규나 이병규)-김현수의 테이블세터가 들어선다는 전제 하에 상대 팀은 분명 추신수의 타순에 왼손 셋업맨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은 아쉬운 결과라고 항상 이야기 하지만 지난 WBC 1회 대회에서 보여준 박찬호의 마무리 성공은 ‘선발 박찬호’라는 이미지에 회의감을 느꼈던 메이저리그 팀들에게 박찬호의 필요성을 새롭게 알려준 좋은 기회였다. 김병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자신의 위상을 드높여 빅리그 무대에 재입성할 기회로 삼고 있다. 팀 코칭스테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야구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WBC는 지난 4강팀의 새로운 3번 타자이자 이번 한국 대표 명단에서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추신수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줄 추신수의 대 좌투수 공략법은 클리블랜드의 에릭 웨지 감독에게도 더 이상 왼손잡이 투수의 경기라고 하여 추신수를 벤치로 불러들일 필요가 없다는 인상을 심어줄 절호의 찬스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잘 한다면 말이다. 어쨌든 빅리그 잔류가 가능하겠냐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한다면 추신수의 입지는 많이 성장해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의 이런 가치논란이 추신수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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