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스포츠구동회부사장“연아향한견제구,빙상인들이막아야”

입력 2009-0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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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매니지먼트사구동회부사장현지리포트
‘최고가 되겠다는 꿈,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발표되던 순간(7일), 김연아가 처음으로 4대륙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땄다는 기쁨보다는 후원사 TV CF의 코멘트처럼 ‘그래 믿을 건 너밖에 없어’라는 한숨이 먼저였다. 그리곤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에 대한 상세한 점수표를 받아보고는 김연아의 좁은 어깨에 드리운 넓고 무거운 짐을 실감해야했다.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에는 어텐션(!) 마크가, 트리플-더블-더블 콤비네이션에서는 다운그레이드 마크가 각각 찍혀있었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실수한 트리플 루프 점프에서의 감점은 당연했지만 두개의 감점마크는 피겨스케이팅 우등생을 향한 질시 내지는 견제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말하자면, 공부를 잘하는 1등이 한 문제를 틀렸을 때 “아니, 너는 왜 100점을 못 맞고 한개 틀려. 너 만점 못 맞았으니까 감점 5점이야”하며 회초리를 드는 반면,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는 “아유, 90점이나 맞았네. 그래 기특하니까 5점 추가야”하며 되레 보너스 점수를 주는 격이다. 이를 1등 독주체제를 막고 대신 형평을 깨면서도 교실 내에서 경쟁체제를 갖추려는 선생님의 고견(?)으로 해석해야 할 지 모르지만, 그동안 김연아가 감내해야 했던 피겨스케이팅 내에서의 불공정함은 이미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널리 퍼져있는 얘기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 때만 해도 김연아가 동메달에 그쳤던 것에 대해 이를 수긍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펜스에 부딪히며 넘어져 연기의 리듬이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들은 김연아보다 2점 정도 높은 연기점수를 줬다. 캐롤리나 코스트너 역시 두 차례 빙판에 손을 짚는 결정적인 실수에도 심판들은 후한 점수를 줘 김연아를 동메달로 밀어냈다. 당시 고관절 부상 속에 선전을 한 김연아를 보며 심판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채점을 탓하기 앞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펼쳤다’ ‘역시 선수는 부상을 당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게 한국인들의 정서 아니었을까. 물론 당시 김연아에게 얘기한 건 아니지만 내 마음속으로 수 십 번 되풀이했던 게 ‘만일 김연아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유럽이나 일본에서 태어났더라면…’하는 가정이었다. 피겨는 알다시피 기록경기가 아닌 채점경기다. 심판들마다 주관적인 관점에서 선수들에게 점수를 주고 있고, 심판들도 인간인지라 실수를 할 때도 있어 객관성이 부족한 채점결과를 낼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심판들이 형평성을 잃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사람들, 피겨인들이 해야 할 몫이다. 2007-2008세계선수권이 끝난 지도 1년이 가까웠지만 김연아는 여전히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렸던 ‘컵 오브 차이나’ 그랑프리 대회에서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 점프에 대해 ‘롱에지’ 판정이 났을 때도 국제빙상연맹(ISU) 관계자에게 항의를 했던 이도 김연아의 코치인 캐나다인 브라이언 오서였다. 더 이상 세상 사람들이 김연아에게 “좀 더 완벽해져야 한다” “실수를 더 이상하지 말아야지”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그런 독려에 앞서 과연 김연아는 ‘점프의 교과서’로서 대회가 열리는 얼음판 위에서 걸맞는 대접을 받아왔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김연아의 짐을 대한민국의 피겨인들, 빙상인들이 함께 덜어줘야 하지 않을까. IB스포츠 부사장. 스포츠지 축구팀장, 영국 유학, 월드컵마케팅대행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현재는 스포츠마 케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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