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진짜좋아해’남녀주연]민영기,교복입고“진짜진짜좋아해”

입력 2009-02-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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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나 ‘장군’하면 딱 떠오르는 배우들이 있다. 외국배우로는 율 브리너, 한국에는 유동근, 최수종, 김영철 등이 생각날 수 있다. 한국 뮤지컬 계에도 그저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왕’의 아우라를 뿜는 배우가 있다. 바로 민영기(36)다. 수장의 번뇌, 갈등 등을 그는 누구보다 탁월하게 표현한다. 자타공인 무대의 제왕이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의 안토니우스, 뮤지컬 ‘이순신’의 이순신 등 왕과 장군 역할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지금도 뮤지컬 ‘이순신’의 이순신과 ‘삼총사’의 아르미스를 준비하며, ‘진짜진짜 좋아해’의 야구선수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 간 발랄한 역할보다는 근엄한 역할이 어울렸던 그가 주크박스뮤지컬에 나온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만류했다. “제가 역사극에 어울리고 비련의 주인공이나 장중한 이미지라서 ‘발랄한 역할이 어울릴까?’의아한 팬들이 많았는데, 뭐랄까? ‘민영기도 이런 거 할 수 있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진짜진짜좋아해’의 출연 배경을 밝혔다. 민영기는 한양대 성악과 출신으로 노래로 승부를 거는 배우다. 본인이 스스로 “마이크를 꺼 달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성량이 풍부하다. 1998년 오페라 ‘돈 죠반니’로 데뷔해 2000년 ‘오즈의 마법사’에서 사자 역할을 시작으로 뮤지컬전문 배우로 전향했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 ‘로미오와 줄리엣’, ‘지킬앤하이드’, ‘컴퍼니’ 등에서 주인공을 맡으며 고정 뮤지컬 팬을 무수히 몰고 다닌다. 팬들을 친절하게 잘 챙기기로도 유명하다. 오페라를 하다가 뮤지컬을 한 그는 “오페라와 달리 뮤지컬은 자유가 있다. 관객과 바로 만나는 자유, 무대와 객석의 벽이 없는 자유, 팝· 재즈 등 여러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자유가 좋다”고 말했다. 특히 노래를 할 수 있기에 더없이 행복하다. 그에게 노래란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살아있는 감정이 실리지 못하면 죽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테크닉은 아닌 것 같고, 무던히 사람들과 얘기를 하거나, 실패를 경험한 뒤 얻어지는 감정 등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노래에서 절대 기술적인 부분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 노래를 한양대 고성현 교수님께 배웠는데, 4월 봄날이었다. 교수님이 교수실 커튼을 치시면서 ‘저 멀리 봄이니까 아지랑이를 봐라. 네 노래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배우가 되기 전 받은 충격이자 감동의 말이었다. 그는 모든 노래를 그냥 악보만 보고 숨을 잘 쉬고 부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노래 안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감성을 싣는 것을 중시한다. 평소에도 낚시터에 가서 찌를 던져놓고 생각하거나 새소리를 듣는 걸 좋아한다. 사극을 잘 소화했던 이유도 “내가 보지 못했던 옛날, 그때 그 사람이란 어땠는지 그때나 지금에나 피부로 느끼는 건 똑같은데…”라며 많은 상상을 거쳐 노래에 담는 것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감정에 충실해라. 진솔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민영기는 ‘배우는 배우라고 배우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무대에서 거짓말하지 않는 배우, ‘척’하지 않는 배우로 살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이윤택 연출가가 아끼는 배우인데, “이순신 극본을 쓰면서. 널 생각하고 썼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평소 이윤택의 연출 발상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천재적이다”라고 믿는 그는 “개런티 얘기를 먼저 하기보다 작품에 대한 믿음이 강한 점을 연출이 좋게 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영기는 ‘진짜진짜좋아해’가 끝난 뒤 4월 이윤택 연출의 ‘이순신’ 장군, 5월 ‘삼총사’ 아르미스 기사로 본래의 매력을 또 보여준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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