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대사로본‘박쥐’…욕망의방정식푸는박찬욱유머의진수

입력 2009-04-29 21:18:54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박쥐’

30일 개봉하는 영화 ‘박쥐’는 욕망의 드라마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사제의 설정을 두고 처절한 극단을 향해 치달아가는 이야기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와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등을 통해 파격과 인간 세상의 돌고도는 참혹한 복수의 이야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최대치의 상상력을 뭉뚱그리는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 역량을 과시했다. ‘박쥐’ 속 대사는 그 명징한 상징이다. 1.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 처럼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신부 현상현) - 탐욕에 빠진 신부 주인공 암시 ‘박쥐’는 죽어가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백신 실험에 내던진 신부 현상현(송강호)이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고 뱀파이어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대사는 그 이전에 사제로서 부여받은 임무에 성실하려는 캐릭터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사지가 절단된 환자와 같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두 뺨을 떼어내어 그 위로 눈물이 흐를 수 없도록 하시고…”로 이어지는 대사는 인간적 욕망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사제로서 다짐이다. 하지만 미처 상상하지 못한 탐욕과 욕정에 빠져드는 신부의 모습을 암시하며 주인공으로 신부를 설정한 감독의 의도를 읽게 한다. 2. “난 좋은 일 하러 거기 갔던 거예요!”(신부 현상현) - 여인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의 복선 사제로서의 삶과 뱀파이어로서 자신을 억누르는 흡혈의 처참한 탐욕,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며 범하려는 욕망 앞에서 극단적 갈등에 빠져드는 신부의 모습을 드러낸다.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실험에 참가했던 의지가 오히려 흡혈의 유혹을 더욱 깊게 하는 것에 대한 갈등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더욱 다가가려는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3. “흡혈귀라는 건… 귀엽네요, 생각보다”(태주) - 뱀파이어를 받아들이는 태주 의도치 않은 사랑에 빠져들면서 자신이 뱀파이어임을 고백한 신부. 태주는 공포와 충격 속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결국 욕정을 이기지도 못한다. 태주가 신부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내뱉는 이 대사는 태주 역시 붙박힐 곳을 찾지 못한 가엾은 존재임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유머는 영화 곳곳에 숨어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킥킥거리게 한다. 박찬욱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장난기가 발동했다”고 말하지만 유머는 그가 지닌 또 다른 ‘장기’다. 4. “태주씨와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신부 현상현) - 욕망의 종착역… 짙은 여운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신부의 대사. 신앙과 구원과 욕망 사이를 오간 신부와 태주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욕망의 극단을 내달린 끝에 두 사람이 닿는 종착지는 어디일까. 신부는 이 말로서 자신과 태주를 구원하려 한 건 아니었을까. 아니면 욕망의 끝은 찾을 수 없고 그래서 더욱 극단으로 치달아가고 싶었던 걸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