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춘하추동]인기는없고할일은많고…야구꿈나무‘포수기피론’

입력 2009-07-0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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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이어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가장 힘든 자리가 포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판에 가지 수도 많은 포수 보호 장비를 모두 덮어쓰고 경기당 200개 전후의 투구를 받아내야 한다. 섰다 앉았다를 그만큼 반복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움을 실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야구에 있어 3D직종의 하나라 해도 웃을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자격요건도 다른 포지션보다 훨씬 까다롭다. 기술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많은 실전경험과 끊임없이 공부하는 성실성, 상대타자는 말할 것도 없고 동료투수들의 모든 면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명석한 두뇌, 다양한 성격을 소유한 동료투수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원만한 성격과 인내심, 그리고 도루를 저지할 수 있는 강한 어깨 등 요구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2의 감독이라 할 만큼 역할 또한 많기 때문에 승패의 영향력도 크다. 포수의 위치는 전 방향을 관찰할 수 있는 부챗살의 포인트에 있기 때문에 전술적 수비 포메이션의 축이다. 벤치의 뜻을 받아 수비상의 사인플레이와 위치변경 등 경기 중에는 잠시도 한눈 팔 틈이 없다.

자동차 초보운전자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처음에는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듯 포수도 상당한 실전경험을 쌓아야 수준급 포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감독 입장에선 좋은 포수 한명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목을 걸어놓고 인내심으로 버텨야 할 때도 있다. 한마디로 전투기 조종사 육성만큼 시간도 걸리고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투수나 3할타자에 비해 관심도는 떨어지고 책임은 많고 부상위험이 큰 것에 반해 연봉수준마저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다. 또 해외진출마저 언어상 핸디캡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전무한 상태고 진출한 사례도 보기 힘들다. 그런 영향 탓인지 유소년 야구에서 마스크 쓰기를 꺼려하는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그것이 앞으로 걱정이다.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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