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여정-중국‘시안~뤄양~정저우’을가다

입력 2009-07-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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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m의 길 따라 붉은 융단을 포개어놓은 듯한 ‘중국의 그랜드캐니언’ 홍석협.

천년고도의‘붉은속살’나그네맘이멈추는곳
“랑카이 랑카이(비켜 비켜)”

신경질적인 외침에 올려다보니 깡마른 노인이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 채 내려다보고 있다. 노인은 자신의 몸보다 더 무거운 짐을 작대기 양 끝에 매달고 한쪽 어깨에 척 걸친 채 70도 정도 깎아지른 돌산 절벽을 곡예 하듯 바삐 내려간다. 영화 ‘소림축구’ 속 생활의 달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중국의 일상이다.

노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무도(武道)의 나라’ 중국에 온 것을 새삼 실감한다.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라고 불리는 시안(西安)을 시작으로 뤄양(洛陽)과 정저우(鄭州)를 돌아본 4박5일의 중국여행은 이렇듯 기이하고도 경이로운 ‘띵하오’의 연속이었다.

빙마융의 보병들. 7000여개 병사들이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데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니하오! 진시황제”- 빙마융(兵馬俑)

‘2177살의 소년과 17살의 소녀 어떤 예상도 하지 마십시오’

20년 전 미성년자의 나이로 개봉관에서는 차마 보지 못한 영화 ‘진용’의 포스터 문구다.

진시황제의 호위무사 장이머우와 무명 여배우 공리의 시대를 초월한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그려진 진용의 배경무대가 바로 진시황제의 빙마융이다.

1호 갱에 첫발을 내딛으면 7000여개의 흙 인형들이 관광객을 맞이하듯 정면을 보며 도열한 모습이 보인다. 폭 62m, 동서 길이 230m의 갱 규모에 한 번 놀라고 7000여개의 각기 다른 얼굴과 복장, 머리를 한 토병의 세세한 묘사에 또 한 번 놀란다.

2000여 년 간 지하에 묻혀있던 빙마융은 1974년에 우물을 파던 농부의 곡괭이질에 그 거대한 위용을 드러냈다. 만만디(慢慢的) 중국인의 느긋한 성품 때문일까. 아직도 1호 갱부터 3호 갱까지 발굴과 복원이 진행 중이라 하니 그 크기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제가 사후세계에서도 자신을 지켜줄 목적으로 현실세계에 묻어둔 순장품. 이제는 ‘세계 8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굶주림과 가뭄에 몇 천 년이나 시달린 시안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서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입장료 성수기 3~11월 90위안, 비성수기 12~2월 65위안

○오르고 또 오르면 재복이 온다-화산(華山)

중국의 5악(岳) 중의 하나인 화산은 험준한 산세로 유명하다. 가장 높은 남봉이 해발 2160m. 전부터 재복을 부르는 산으로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오르면 애정이 더 깊어진다는 전설 때문인지 많은 연인들이 다녀간 것이 한눈에도 보인다.

줄과 나무들이 몸살 날 정도로 수많은 붉은 천과 열쇠들이 사랑의 굳은 맹세를 하듯 매달려 있다. 산의 초입에서 미니 셔틀버스를 타고 14분께 정도 올라가면 해발 1500m의 북봉까지는 케이블카로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땅에 두 발 디뎌 산을 타는 것에 굳이 욕심을 내지 않는 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 번 올라가 보자.

▲입장료 120위안, 셔틀버스 왕복 20위안, 케이블카 150위안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윈타이산(云台山)

스케일이 차이나? china!

동해 제일승경이라 손꼽히는 윈타이산은 화산과는 또 다른 운치를 뿜어낸다. 하늘의 석공이 내려와 깎은 듯한 비경에 발길이 멈추고 입에선 탄성이 쏟아진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붉은 빛깔 돌 천지인 높이 68m 길이 2km의 홍석협이 장관이고 낙차가 아시아에서 제일 큰 314m 천폭협, 담폭협 등으로 이어지는 윈타이산의 붉은 속살을 엿보는데 남은 일정을 다 소화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입장료 120위안, 셔틀버스 60위안

벌집처럼 보이는 룽먼스쿠의 2000여개 석굴들.


○석불들의 동굴집-룽먼스쿠(龍門石窟)

2000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중국 3대 석굴 룽먼스쿠.

1.5km가 넘는 절벽을 따라 크고 작은 2345개의 석굴에 작게는 2cm부터 큰 것은 17.19m 크기의 10만여개 불상들이 동굴 집에 옹기종기 들어가 있다.

호수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개미굴이나 벌집 같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면 산 전체가 불상으로 인테리어를 해놓은 듯하다.

그중에 봉선사의 로사나불과 만불동의 아미타불, S라인 몸매를 뽐내는 ‘동방의 비너스’ 관세음보살은 최고의 볼거리이다.

▲입장료 80위안, 관람차 40위안

휘황찬란한 세계최대의 3km 실경무대에서 펼쳐지는 소림 선종 음악대전.


○소림 주식회사-쏘린스 (少林寺)

리롄제(이연걸)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쏘린스.

오전 9시 30분부터 30분씩 열리는 무술 쇼는 차력과 비슷한 쇼의 질에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쏘린스 무술학원 수련생들이 직접 선보이는 쿵푸의 정석이다.

무술 쇼 관람 후 쏘린스 경내를 둘러보았다면 400m 정도 떨어진 타린(塔林 )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고승들의 사리탑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고 해서 ‘탑의 숲’이라 불리는 타린은 절반이 채 안 되는 243개의 탑만이 남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탑의 높이가 높을수록 수행을 많이 한 고승이라고 하니 찾아보는 재미도 꽤 쏠쏠할 듯 하다.

애피타이저를 먹었으면 쏘린스에서 절대 빼놓지 말고 맛봐야 할 백미 ‘쏘린찬쫑인웨이따땐(少林禪宗音樂大典)’이 있다. 병풍처럼 둘러친 해발 1400m 쑹산(崇山)의 협곡이 배경이 되고 무대 폭만 3k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실경무대를 자랑한다.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감독 탄둔이 총감독을 맡고 총 300억을 투자해 600여명이 넘는 출연진이 쏘린스의 원사상인 선종을 설파하는 70분의 러닝타임은 지루할 새가 없다.

물, 나무, 바람, 빛, 돌의 5가지 자연이 악기가 되어 오감을 자극하고 별과 달이 빛이 되고 벗이 된다. 무대가 넓어 시선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스크린으로 둔갑한 바위의 자막을 쫓기가 힘든 것이 옥에 티.

음악대전은 봄부터 가을(4~11월)까지 매일 오후 8시15분에 시작한다. 최대 관람인원은 2700명. 강한 비나 눈이 아닌 약간의 보슬비라면 서슴지 말고 블록버스터급 산사음악회를 기대하며 가보자. 산사음악회가 그렇듯 비가 운치를 더해주고 비옷까지 나눠주니 관람에 전혀 지장이 없다.

▲쏘린스 무술 쇼 입장 관람료 100위안, 기념사진촬영 즉석인화 200위안, 음악대전 VIP석 980위안 특등석 428위안 A석 248위안 B석 198위안 C석 168위안 어린이석 85위안, 선종 음악대전 홈페이지 주소 http://www.czslyydd.com/

○여행 Tip

대한항공이 인천∼시안 정기노선을 취항했다. 주 5회(월,화,수,금,토) 운행되며 149석이다. 운행시간은 KE807기가 오전 9시20분 인천을 출발해 11시20분 시안에 도착한다. KE808기는 시안에서 낮 12시20분에 출발, 인천에 오후 4시 도착한다. 시안 진시황릉, 화산과 정저우 쏘린스와 룽먼스쿠, 윈타이산 등을 돌아보는 여행상품은 최저 54만9000원에서 최대 69만9000원이다.

시안(중국)| 양혜진 기자 y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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