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놨더니뜨니까배신”vs“계약불합리…노예냐

입력 2009-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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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불치병‘소속사분쟁’
‘소속사 분쟁’은 한국 연예계의 불치병인가.

일본이 자랑하는 ‘국민 아이들 그룹’ 스마프(SMAP). 음악 뿐 아니라 연기, 진행 등 연예 다방면에서 톱스타로 자리잡은 슈퍼 그룹인 이들은 92년 데뷔했다. 우리로 치면 ‘서태지와 아이들’과 같은 해 데뷔해 지금도 정상을 지키는 장수 그룹이다.

아이들 그룹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는 스마프처럼 오랫동안 활동하며 사랑받는 그룹이 적지 않다. V6는 95년 데뷔해 15년째 활동 중이고, 킨키키즈는 97년 데뷔해 12년, 앳되게 보였던 아라시도 99년 데뷔해 벌써 10년째를 맞았다.

여자 그룹 모닝구무스메도 97년 팀을 결성, 멤버를 꾸준히 교체해가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장수하는 팀이 많은 일본 아이들 그룹의 기획과 활동을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국내의 사정은 이와 다르다. 최근 동방신기의 일부 멤버가 소속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연예인 전속계약에 관한 분쟁이 다시금 연예가 화두로 떠올랐다.

공식 팬클럽 회원만 80만 명을 보유한 자타 공인 톱그룹인 동방신기가 소속사에 대해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며 대립하는 배경에는 연예인과 기획사간의 불신이 깔려 있다.

기획사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기껏 키워놨더니 뜨니까 배신한다”고 격분하고, 연예인은 “계약서 조항이 불합리하고 적절한 처우를 해주지 않는다, 그간 기여한 게 있는데도 ‘키워준 은혜’ 때문에 평생 참고 가야하나”라고 반박하는 경우가 요즘 들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계에서 잇따라 소속사 분쟁이 발생하고, 이른바 ‘노예계약’으로 불리는 불합리한 계약사례가 나오자 표준 계약서를 발표하고 이를 따라줄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연예 관계자들은 기획사와 연예인이 서로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나 때문에 돈 벌지 않았느냐”는 현재의 상황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표준계약서가 완벽해도 분쟁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계약의 내용보다는 양측의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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