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데뷔첫 20호홈런김현수“승리는덤”

두산 김현수. [스포츠동아 DB]

23일 잠실 삼성전. 페넌트레이스 선두 KIA와의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할 경기였다.

이기기 위해서는 첫 단추가 중요했다. 그러나 1회 들어서자마자 이종욱과 임재철이 각각 범타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바통을 이어 받은 두산 김현수(21)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상대는 파죽지세 8연승의 삼성 윤성환(28).

윤성환도 김현수를 의식하고는 초구부터 140km대 묵직한 직구로 승부했다. 풀카운트까지 가는 팽팽한 신경전. 끝까지 잘 참아내던 김현수는 윤성환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비거리 125m짜리 우중월 솔로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팀의 선취 득점이자 개인적으로는 감격의 데뷔 첫 20호 홈런이었다. 타율도 0.360(23일)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타율은 3할대 초반으로 내리더라도 홈런을 15개 이상 치고 싶다”던 바람을 올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그 이상으로 이뤄낸 것이다.

이날 김현수의 활약은 개인성적을 올리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2-4로 지던 5회 1사 2루서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안타로 1타점을 올리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7회. 이종욱이 볼넷으로 출루해 빠른 발을 이용해 3루까지 훔쳐냈고, 임재철이 볼넷을 얻어내 1사 1·3루를 만들자 김현수의 방망이는 다시 매섭게 돌아갔다. 비록 2루 쪽 땅볼이었지만 3루에 있던 이종욱을 불러들여 동점을 만든 것. 이후 두산 타자들은 집중력을 발휘해 추가로 1점을 뽑아냈고 5-4,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게다가 이날은 두산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건 지 딱 1년째 되는 해였다. 당시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있었던 김현수는 이날도 4타수 2안타 3타점이라는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승리’의 기쁨을 다시금 안겼다.

김현수는 “체인지업이 실투성으로 높게 들어와서 쳤는데 운 좋게 홈런이 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하고는 “20호 홈런 달성해서 기분이 좋고 이제 더 이상 홈런 목표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현수의 남은 목표는 ‘무조건 살아나가서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것’. 개인 안타수가 많아도 팀이 지면 분통을 터트리는 그다운 대답이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