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차또다른가을잔치]응급구조사박영석대표

입력 2009-10-07 19: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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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오늘 처음 왔는데 그물이 낮아 놀랐어요. 다른 때보다 오늘 긴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네요.”

7일 문학구장에 만난 서울응급환자이송단의 박영석 대표는 잔뜩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은 모습이다. 문학구장의 백스톱이 타 구장과 비교해 낮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잠실구장의 응급 구조를 맡아 7시즌이나 치른 베테랑이지만 문학구장은 쉽지 않은 ‘상대’로 여겨졌다.
그가 이처럼 걱정하는 데는 사실 이유가 있다. 야구장 응급 상황의 상당수가 관중석으로 날아오는 파울볼이나 홈런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숱하게 많은 포스트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도 파울볼이 화근이었다. “2006년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포스트 시즌 경기인데요. 홈런볼을 잡으려던 관중의 양 손 사이로 공이 스쳐 지나가면서 코뼈가 골절됐어요.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가장 큰 일이었던 것 같아요.”

술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도 만만치 않다. 과도한 음주로 몸을 비틀대다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박 대표는 “잠실구장 3층에서 술로 인사불성이 된 관중을 들것에 싣고 1층까지 내려온 적이 있는데 아주 고생했다”고 기억했다.

통상적으로 구급차량 2대, 구급차량 기사와 응급구조사 각 2명이 팀을 이뤄 응급 구조를 준비한다. 응급구조사를 찾는 대부분은 발목이 살짝 삐거나 파울볼을 잡다 손을 다쳐서 오는 경우지만 의외로 큰 부상을 당해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에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매 경기 마다 1명 씩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가요. 앰뷸런스가 항상 경기장 밖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은 아니에요.”

그는 관중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절대 파울볼을 맨 손으로 잡지 말고, 경기에 집중해서 볼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거다.

그의 말은 꼭 되새길 필요가 있다. 볼은 둥글고, 언제라도 자신에게 날아올 수 있으니까.

문학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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