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맨 홍성흔 “모교사랑 오버했죠”

입력 2009-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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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스포츠동아DB

“그냥 후배들 돕고싶어 작은힘 보탰을 뿐”
중앙고-경희대 500만원 상당 용품 전달


“이제 막 훈련이 끝났다”는 그에게 ‘좋은 일 했다고 소문 났더라’고 농담을 건넸더니,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사뭇 진지했다. “그동안 받은 게 많은데, 이제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되지 않겠느냐.”

롯데 ‘쾌남아’ 홍성흔(32·사진)이 최근 모교인 중앙고와 경희대에 각각 500만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전달했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모교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신과 똑같은 길을 가려는 후배들에게 힘을 주기 위함이다.

사실 홍성흔의 남다른 후배 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전부터 수백만원씩 방망이를 구입해 후배들에게 전달했고, 지난해에는 소리소문없이 강북리틀야구단과 중앙고에 각각 500만원 상당의 피칭머신을 구입해 전해주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도봉리틀야구단(현 강북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처음 시작한 그는 중앙중∼중앙고를 거쳐 경희대를 졸업한 뒤 프로에 뛰어 들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중앙중학교 야구부가 수년전 해체됐다는 점.

“리틀야구단 유니폼을 입고 꿈을 키우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가끔씩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지금도 그 때 야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선수들이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중앙중 야구부가 해체됐다는 소식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요즘 중앙고 야구부 형편도 좋지 못하다고 하던데 학교에 자주 가보지도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다”라고 털어 놓았다. 수년간 꾸준히 후배들을 돕고 있는 것에 대해 “그나마 내가 조금 여유가 있을 때 후배들을 돕고 싶었을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소속팀의 마무리 훈련 막바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29일 시즌 마감행사에서 구단이 정한 ‘팀 MVP’로 뽑혀 상을 받는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우리 팀 선수단이 모두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롯데에서 뛴 올 한시즌 정말 행복했다. 다른 팀에서 왔지만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동료들이 잘해줬다. MVP는 우리 선수 전체에게 주는 상”이라고 덧붙였다.

빼어난 실력 만큼이나 마음씨도 ‘감동적인’ 홍성흔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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