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그게 안되면 누가 날 찾겠나”

입력 2009-1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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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신화 다시 쓴다.’ 영화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 그리고 ‘전우치’…. 배우 김윤석이 올 한해 극장가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 새 영화 ‘전우치’로 1000만 흥행 신화에 도전한다.

칼끝 같은 긴장은 배우의 숙명…자만에 빠지는 순간 바보가 돼
젊은 배우들과 경쟁 의미 없어 내가 가진 연기영역 넓혀갈 것
김윤석은 연이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가늘고 긴 담배에 불을 붙이고 가볍게 몇 번 연기를 내뿜더니 이내 꺼버린다. 그리고 또 다시 새 담배를 피워 물곤 했다. “인터뷰를 할 때면 줄담배를 피게 된다. 촉을 세워야 하니까.” 그렇게 긴장하다 잠시 풀어내기를 반복하는 것. 그것이 배우의 일상이리라. 그런 일상은 촬영장에서 더하는데, 그는 “나 스스로 한 구석에 치우치도록 놔두지 않는다”고 했다.

“촉을 세우고 12시간, 13시간 긴장한 채 촬영을 하고 나면 육체적으로는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았다.”

그 긴장의 연속으로 찍은 영화가 ‘전우치’(감독 최동훈·제작 영화사 집)다. ‘전우치’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림족자에 갇힌 도사 전우치가 500년의 세월이 지난 뒤 봉인에서 풀려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들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고고한 도사(화담)의 면모로 등장한 김윤석은 자신의 눈에 망나니로 보이는 전우치가 못마땅하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악한 욕망을 불러내 처절한 싸움에 나선다. 불과 부채를 이용한 강력한 도술로 전우치를 한 방에 날려버릴 듯 악마의 욕망과 근성을 드러내는데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로 이어진 최동훈 감독과의 인연이 아니더라도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멋진 캐릭터를 완성했다. 친구이자 동료인 송강호는 영화 속의 그를 보고 “와! 멋있던데!”라며 감탄의 찬사를 보냈다.


- 와이어 액션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강동원이 날아다닌 것에 비하면 나야 부채 한 번 부치면 되는 건데, 뭘. 하하! 체중을 버티는 와이어줄에 매달리면 상당히 아프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긴장해 잊어버리곤 한다. 끝나고서야 통증이 몰려온다.”


- 50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요괴를 다시 불러낸다.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짐승을 한 마리씩 키운다. 마성과 인성이 공존하는 셈인데, 주어진 목표와 역할에 충실한 인간이 한순간 욕망에 휩쓸려 버린다. 화담은 유가에 가깝고 자유분방한 면모를 지닌 전우치가 결국 화담의 콤플렉스를 자극한다. 질투인 거다. 500년을 살아냈으니 그 긴 시간에 얼마나 많은 인간들의 모습을 목격했겠는가. 인간에 대한 실망감도 컸을 것이다. ”


- 사극의 요소도 강한데.

“사극 대사톤이 굉장히 매력적이더라. TV 사극을 보면서 대사톤을 꼭 저렇게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 ‘타짜’와 ‘추격자’ 그리고 올해 ‘거북이 달린다’로 흥행의 맛을 봤다.

“영화 ‘추격자’ 때는 무려 50개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거북이 달린다’도 40여회 되는 것 같다. 흥행하지 않으면 날 찾지 않는다. 흥행은 그렇게 피부로 다가온다.”




- 흥행 여부에 관심이 많나.

“흥행이 되야 다음에 투자가 가능할 수 있으니 간과할 수 없다. 자만할 수도 없다. 자만하는 순간, 바보가 된다. 바보. 영화 완성도가 내 덕분에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보다.”


- 좋은 배우들, 특히 후배들이 당신의 위상을 흔든다고 느낄 때가 있나.

“내가 강동원과 같은 역할을 두고 경쟁할 순 없다. 시나리오는 두터워지고 풍부해지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사수해야 하는데 그건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다. 그래야 풍성해진다. 허술해지면 그건 분명히 필름 속에서 드러난다. 어느 순간 편한 걸 찾고 또 찾게 된다. 분명 적은 내 자신이다.”


- 자신과의 싸움에서 져본 적이 있나.

“졌다기보다 아쉬운 작품은 있다. 좀 더 캐릭터와 스토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


-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미래의 어느 때, 체력적으로 부치는 날이 올 거다. 어쩌겠나. 하지만 배우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배역을 맡아가며 표현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 젊었을 때 어른들은 우리를 신세대라 불렀다. 그런데 지금 기성세대가 됐다. 드라마는 갈등을 동반한다. 질풍노도의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충돌 그것은 곧 공존이기도 하다.”


- 새해의 포부는 무엇인가.

“나와 가족의 건강이다. 신경 좀 써야겠다.”


- 그렇게 줄담배를 피우는데.

“촉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술자리도 마찬가지다. 긴장과 릴랙스의 연속이다. ‘전우치’를 촬영하면서 지방에 오래 머물 때 촉을 세우고 긴장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술을 마셨다.”


- 강동원, 임수정 등 젊은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내 휴대폰에 그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됐다. 신기하다. 하하! 젊은 배우들과 친해지는 건 좋은 일이다.”


-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뭔가.

“관심사? 가만보니 없네. 이렇게 늙어가도 되나? 강동원은 목공예 실력이 수준급이다. 유해진과 하정우는 그림에 빠졌다. 그들을 보며 반성한다. 나도 뭔가 새롭게 시작해야겠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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