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파동…모래알 LG를 보는 타팀 선수 시선

입력 2010-04-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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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중근-이상훈(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내우외환에 휩싸인 LG는 슬기롭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선수단의 의식변화를 목표로 한 박종훈 감독의 강공 드라이브는 진통을 딛고 성공적 결실을 볼 수 있을까. 은퇴한 이상훈의 갑작스런 폭로로 촉발된 LG 프런트의 갈지자 행보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까. LG 사태를 지켜보는 나머지 7개 구단의 감독과 선수, 프런트 직원들은 신중하다. 적어도 겉으로는 ‘관여할 성질이 아니다’라는 태도. 그러나 서울을 대표하던 명문구단 LG의 속절없는 추락에 ‘강 건너 불은 아니다’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동시에 향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또 ‘LG발 악재’가 모처럼 크게 일고 있는 야구열기에 자칫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우선적으로 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확한 병명을 알아야 수술도 가능한 이치나 매한가지다. 아울러 타인에 의한, 객관화된 진단도 필요하다. 프로야구계에도 저류에는 촘촘한 상호 네트워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LG 사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과연 어떨까.
○봉중근 파동



“LG선수 프로정신 결여” “박감독 잘했다”
“고참 탓 크다”… 일부선 “2군행 안될말”



○이상훈 파동

선수 “당사자, 제살 깎아먹는 행위다”
삼성 “속썩일 소지 있다면 접촉 말아야”

○해법은 무엇?

봉중근 파동 프런트 존중땐 봉합 가능
이상훈 파동 직접 대화로 풀어야 할듯




○‘봉중근 파동’으로 들여다본 LG 선수단의 기강


수도권 A구단 선수는 “LG는 아래 선수가 고참을 존중하는 상하위계질서보다는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수평적 구조가 강하다. 소집을 해도 끼리끼리만 모인다. 연륜이 아니라 야구실력이 우선이라고 듣고 있다. 이러니 응집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LG와 주중 3연전을 치르고 있는 롯데의 한 코치도 “박종훈 감독이 잘 하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엔 LG 코치가 그러더라. 그라운드에서 게임을 할 땐 잘 못느끼지만 사소한 것에서부터 LG 선수들은 몸가짐이나 의식 등에서 프로정신이 상대적으로 결여돼 있다고. 이형종이나, 부인이 글을 올렸다는 봉중근 등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롯데의 다른 코치는 “박종훈 감독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투수 한 명만을 놓고 볼 때 조금 아쉬운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투수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땐 자신을 향해서든, 다른 사람을 향해서든 쓰레기통을 걷어차고 때론 욕도 할 수 있다. 봉중근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욕을 하고 그렇다고 해서 2군으로 보낸다는 건 아쉽다”고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히어로즈의 한 고참 선수는 “팀마다 제각각 색깔이 다르다”며 직접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고참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얘기하기 전에 주장이 덕아웃에서 바로 후배들을 질책한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사실 지난 2년간 우리 팀은 정말 힘든 시기를 겪지 않았느냐. 우리야말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었겠느냐”며 선수들이 감정을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훈 파동’에서 엿보이는 LG 구단의 행정력

롯데 모 선수는 “이상훈 선배 건은 진실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이야기하기 어렵다. 다만, 이상훈 선배가 구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무실을 찾아가 단장하고 직접 풀든가 했어야 했다. 심하게 말하면 제 살을 깎아 먹는 행위다”고 꼬집었다.

수도권 B구단 프런트는 “들은 얘기인데 이영환 단장이 이상훈을 만나서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고 일이 있을 때 우리 팀을 도와달라’고 했다고 하더라. 아마 행사 등의 상징적인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훈 입장에서는 오해할 만한 소지가 있었다고 본다. 저런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삼성 구단의 한 관계자는 고개부터 갸우뚱했다. 그는 “구단 외부에서 사장, 단장으로 임명되는 임원들이 구단의 히스토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상훈이 LG를 떠날 때 일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더라면 단장이 굳이 이상훈을 만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삼성 역시 2000년 이전까지 속을 썩이는 선수들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봉협상에 불만을 품고 잠적 끝에 은퇴를 해버리거나, 은퇴 과정에서 도를 넘어선 언행으로 구단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선수들이 부지기수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라면 과거 구단을 곤란하게 했던 선수와 애써 접촉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해법은 있나?


지금 LG에 가장 절실한 과제는 뾰족한 해법의 모색이다. 이 대목에 있어서는 타 구단 선수와 관계자들은 어떤 입장도 제시할 수 없다. 게다가 봉중근 파동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되는 국면으로 진입했기에 향후 박종훈 감독을 중심으로 한 현장의 의견을 프런트가 최대한 믿고 존중해주면 상처에 새 살이 돋아나듯 봉합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이상훈 파동은 쉽사리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이상훈과 LG 구단이 사태가 외부로 드러나기 전에 직접 만나 대화로 풀었어야 했지만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듯’ 벌써 꽤 멀리 와버렸기 때문이다. 다만 해법 역시 LG 구단과 이상훈의 직접 대화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특히 이영환 단장이 6일 사과문까지 올린 마당이라 이제 LG 구단이 내놓을 카드는 마땅치 않다. 너무 성급하게 패를 꺼내든 인상이 짙다.

정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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