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과 마스터스의 공통점

입력 2010-04-22 13: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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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챔피언십과 마스터스의 공통점

마스터스가 끝난 지 2주가 흘렀다. 타이거 우즈의 복귀, 필 미켈슨의 세 번째 우승, 최경주의 투혼 등은 아직도 생생하다.

마스터스를 시청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저런 대회쯤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 골퍼가 많을 것이다. 마스터스에 비할 수는 없지만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대회가 22일부터 제주도 핀크스 골프장에서 시작됐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마스터스와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비교하는 것이 무리겠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 이채롭다.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


마스터스에 나가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역대 마스터스 우승과 전년도 PGA 투어 우승, 상금랭킹 그리고 세계랭킹 등에 의해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3월 초까지 마스터스 출전 자격을 갖지 못했던 최경주는 막판 세계랭킹을 50위 이내로 끌어올려 막차를 타는 행운을 누렸다.

마스터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발렌타인 챔피언십의 참가 자격도 꽤 까다롭다. 전년도 KPGA 투어를 통해 부여되는 발렌타인 포인트 순위에 따라 35명이 참가 자격을 얻는다. 일반 대회에 130명 이상이 출전하는 것에 비하면 바늘구멍이다.

운이 좋아 스폰서 초청을 받아 대회에 출전할 수도 있지만 순위 밖으로 밀려나면 예선전 ‘로드 투 더 발렌타인’을 거쳐야 한다.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다. 예선을 통과한 단 한 명에게만 출전 자격을 준다.

올해는 약관의 박은신이 출전의 영광을 얻었다. 이쯤 되면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 하다.

▲철저한 대회 준비


매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는 올해로 74회째를 맞았다.

역사와 전통이 깊다. 마스터스가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이나 US오픈을 뒤로하고 최고 권위의 대회로 인정받는 데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철저한 대회 준비도 한몫하고 있다.

오거스타 골프장은 마스터스를 위해 1년의 절반을 쓴다. 코스를 리노베이션 하고 대회가 열리기 6개월 전부터는 일반 골퍼들의 출입을 자제하며 코스 관리에 들어간다. 그래서 유리알 같은 그린과 비단결 같은 페어웨이가 만들어진다. 이런 잔디 상태에서는 요행이나 행운이 아닌 골퍼가 가진 기술에 따라 스코어가 만들어진다.

올해 3회째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마스터스의 역사와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대회를 위해 핀크스 골프장이 기울이는 노력은 국내에서 열리는 최고 대회답다. 핀크스
골프장은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위해 평소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인다. 코스 관리는 6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평소엔 겨울동안 잔디를 휴면 상태로 두지만 대회를 개최하면서부터는 겨울에도 영양제와 비료 등을 살포하면서 잔디를 건강하게 유지한다.

유러피언투어의 까다로운 코스 조건을 통과하기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인다. 그린스피드는 10피트(오거스타는 14~15피트)에 불과하지만, 페어웨이와 러프를 기준치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몇 배의 땀을 코스관리에 쏟는다. 코스관리팀 김희철 과장은 “이 골프장에서 근무한지 14년째인데 대회 준비를 위해 3년 동안 매년 일주일은 골프장에서 숙식하면서 코스를 관리한다. 14년보다 더 긴 시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멘코너 13번홀과 마의 18번홀

오거스타의 아멘코너는 악명이 높다.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이따금 흉악한 모습을 드러내 선수들을 골탕 먹인다.

최경주도 4라운드에서 아멘코너의 마지막인 13번홀의 벙커에 발목이 잡혀 우승 기회를 날렸다. 아젤리아로 불리는 이 홀은 허를 찌르는 코스다.

비교적 쉬워 보이는 파5 홀이지만 너무 빠른 그린과 그린 주변의 벙커에 빠지면 귀신에 홀린 듯 주체할 수 없이 타수를 까먹는다.

핀크스 골프장의 18번홀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 강성훈은 이 홀에서 3퍼를 하며 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쳤다.

448야드로 비교적 긴 파4홀이지만 어지간한 선수들은 2온에 성공한다. 잘 하면 버디도 할 수 있고 파로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이 그린의 어느 지점에 떨어지는가에 따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어쩌면 그린까지 오는 것보다 더 힘들게 홀을 떠나게 만드는 마의 홀이다.

서귀포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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