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메시 묶고 에인세 뚫어라

입력 2010-06-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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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7일 아르헨전 ‘필승 매치업 3’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8승 4무 6패(승점 28). 예선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간신히 4위로 턱걸이하며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23득점했지만 20실점. 허술한 수비와 모래알 조직력은 예선 기간 내내 입방아에 올랐다. 그럼에도 우승 후보를 말할 때 이 팀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가득 찬 무시무시한 라인업 때문이다. 17일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부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는 핵심 매치 업을 소개한다.》


에인세 순발력 떨어져 이청용 스피드로 돌파


○ 이청용 vs 에인세

첫 번째는 한국 오른쪽 측면공격수 이청용(볼턴)과 아르헨티나 왼쪽 측면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의 대결.

‘젊은 피’ 이청용은 한국 공격의 시작이다. 12일 그리스전에서도 스피드와 정교한 드리블로 상대 왼쪽 측면을 무력화시키며 공격을 주도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지난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처럼 청용이가 흔들어 줘야 아르헨티나의 빈틈을 열 수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에인세는 풍부한 경험과 강력한 대인 마크가 주무기인 백전노장. 그는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에선 전반 6분 코너킥을 헤딩 결승골로 연결했다. 잉글랜드 리그 진출 이후 수비 가담 능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청용이지만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인세는 최근 순발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 간혹 어이없는 실수로 상대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찬스도 허용한다. 순간 스피드와 집중력, 수비수 뒤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뛰어난 이청용에게 승산이 있는 이유다.

몸싸움 싫어하는 이과인 거친 플레이로 괴롭혀야


○ 이정수 vs 이과인


한국 중앙수비수 이정수(가시마)는 아르헨티나 최전방 스트라이커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과 맞붙는다.

이정수는 장신(185cm)이면서 순발력이 좋다. 공격수 출신인 만큼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자신감이 찬 것도 플러스 요인.

올 시즌 스페인 리그 득점 2위를 차지한 이과인은 온몸이 무기다. 볼 터치, 슈팅, 순간 돌파 모두 발군이다. 특히 단신 공격수들이 주축인 공격 라인에서 위협적인 헤딩슛을 날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이다.

그를 잡으려면 일단 위험 지역에서 공간을 내주는 건 금물. 상대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돌아서는 움직임이 유연하면서 슈팅 타이밍도 반 박자 빠르고 정확해서다. 또 경기 초반 다소 거친 플레이로 그를 자극할 필요도 있다. 몸싸움을 싫어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라 일단 경기 초반 자신의 뜻대로 안 풀리면 의외로 부진할 가능성도 크다.

메시 일대일로 못막아 협력수비로 족쇄 꽁꽁


○ 메시 vs 이영표+조용형


마지막은 리오넬 메시와 이영표(알 힐랄)-조용형(제주) 조합의 대결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메시는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기습적인 슈팅과 허를 찌르는 패스로 감탄사를 자아냈다. 수비수가 떨어지면 화려한 드리블로 돌파를 했고 붙으면 동료와 짧게 주고받는 패스로 공간을 창출했다.

메시는 일대일 방어로는 막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선수. 그에게 족쇄를 채우려면 왼쪽 측면수비수 이영표와 중앙수비수 조용형의 협력플레이가 필요하다. 두 선수는 덩치가 크진 않지만 축구 지능이 높고 순발력이 좋다. 또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읽고 공간을 선점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왼발을 잘 쓰는 메시는 주로 상대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돌파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영표와 조용형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미리 약속된 플레이로 공간을 내주지 않는 수비를 펼친다면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

루스텐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메시, 깜짝 기자회견… “한국, 공수전환 빠르고 강한 팀이지만…”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리오넬 메시 등 간판스타들은 1일 남아공에 입성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적이 없다. 수비수 또는 후보 선수들이 대신 등장해 김빠진 기자회견이 되곤 했다.

하지만 13일 남아공 프리토리아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달랐다. 메시가 보이자 300여 명의 취재진은 술렁거렸다. 이어 곤살로 이과인이 나타나자 탄성을 지르는 기자들도 있었다. 두 선수는 이런 반응이 싫지 않다는 듯 자리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르헨티나는 기자회견 직전 15분간 공개된 훈련에서 주전 선수들을 제외한 후보 선수들의 훈련만 보여줬다. 후보 선수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데려온 청소년 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했다. 실망감을 안고 간 기자회견장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두 선수의 출현은 수많은 취재진에 선물과도 같았다.


“우리 라이벌은 오직 우리뿐…”

취재진 사이에는 질문 경쟁이 벌어졌다. 한 기자가 질문을 한 뒤 또 질문을 하자 다른 취재진이 비난을 하며 질문을 막기도 했다. 스페인어로 10여 분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영어 기자회견이 1분간 열렸다.

한국 취재진이 ‘한국과 그리스 경기를 봤나. 봤다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메시와 이과인은 서로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이과인은 “우리 경기에 앞서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가 열려서 경기 전체를 볼 수 없었다. 솔직히 한국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도 “우리 경기에 집중하느라 몇 분밖에 보지 못했다. 한국은 공수 전환의 속도가 빠르고 강한 팀 같다”고 밝혔다.

‘B조에서 최대 라이벌이 한국인가’라는 아르헨티나 취재진의 질문에 메시는 “우리의 라이벌은 오직 우리뿐이다. 우리 스스로만 잘 지키면 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메시는 최근 소속팀 바르셀로나의 동료인 다니 아우베스(브라질)가 ‘대표팀에서 메시가 어려운 것은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팀의 실력 차이 때문이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대표팀 동료들은 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나 말고도 골을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는 많다. 오히려 내가 동료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토리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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