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전7기’ 또 수술 또 재활‥서른다섯 배구도사 의 꿈

입력 2011-03-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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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석진욱. ㅂ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어깨 부상…이대로 끝낼 수 없어
스러지더라도 코트밟고 떠나겠다

끊어진 어깨인대 7년만에 봉합
2개월간 수술사실 숨기고 재활
수차례 은퇴결심에도 미련 남아
삼성화재 PS행 굳혀 홀가분
10월 복귀…우승컵 안고 싶다
삼성화재 석진욱(35)은 최근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작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다친 무릎 수술은 구단에서 보도 자료를 배포해 잘 알려졌지만 올 1월 중순 어깨 수술까지 받은 사실은 가족과 선수단, 몇몇 지인 외에는 몰랐다.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2월 말 인터뷰 요청을 위해 전화했을 때도 “어깨 수술했다는 사실은 당분간 기사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팀이 한창 시즌 중인데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삼성화재가 최대 고비였던 현대캐피탈과의 삼일절 빅뱅에서 승리하면서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굳혀서일까. 표정이 한결 밝았다. “요즘 고개를 못 들고 다녔는데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 10월 복귀를 목표로 재활 중인 ‘배구도사’ 석진욱을 2일 경기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났다.


○여섯 번의 수술 이겨낸 힘

하루 일과는 단조롭다. 오전 6시50분 재활센터에 도착해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점심을 먹는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1시간 30분 동안 수영을 하고 다시 오후 재활 프로그램에 돌입한다. 센터를 찾았을 때 그는 이름도 생소한 ‘G 트레드 밀’, ‘CSMI(등속성 운동장비)’ 등과 한창 씨름하고 있었다.

석진욱은 왼쪽 세 차례, 오른쪽 두 차례 등 무릎에만 5번 칼을 댔다.

무릎 재활을 하던 중 어깨가 너무 아파 수술을 결심했다. 어깨를 다친 건 2004년이었다.

당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두 말 않고 “수술하라”고 했다. 시즌 중이라 재활로 견뎌보자고 한 게 7년이 지났다. 이제야 파열된 인대를 꿰매고 끊어진 근육을 이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진작 선수생활을 접었을 만한 부상을 수차례 이겨낸 힘은 성실함이다.

전자스포츠구단 과학지원실 서봉하 과장은 “예의바르고 성실한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다. 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데도 언제나 솔선수범한다. 그게 바로 지금까지도 배구를 할 수 있는 비결이다”고 말했다.


○은퇴는 뒤로

수차례 수술을 하며 심각하게 은퇴를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한 때 걷는 것조차 아파 신치용 감독을 찾아가 은퇴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재활해. 몇 개월 재활하고 보자.”

이번에 수술을 받는다고 하자 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이제 선수 생활 그만해라. 너 수술 하는 거 못 보겠다”고 했다. “의술이 발달돼 괜찮다”고 안심시켜 드리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사실 이번에는 석진욱이 정말 은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은퇴 생각은 뒤로 미뤘다.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선수 그만 둘 것이다. 그러나 다친 상황에서 이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다. 코트 안에서 은퇴하고 싶다. 배구가 이렇게 재미있는데…. 우승하고 후배들이 헹가래 쳐 주면서 수고했다고 하는 말 듣고 싶다.”

은퇴 후 지도자 꿈도 갖고 있다.

“지금 당장은 구체적으로 계획한 게 없다. 유명한 형들도 자리가 없는 데 쉽게 될 거라 생각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도자 생각은 하고 있다.”


○끊임없는 연습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된 기본기다. 비결을 묻자 “연습 외에는 없다”는 원론적인 답이 돌아왔다.

“재활하고 코트에 복귀하면 나도 리시브 안 된다. 감각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돌아오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계속해야 한다. 가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리시브가 힘들다고 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연습하면 다 된다.”

철저한 기본기 연마는 생존방식의 결과물이다. 그가 입단할 때 삼성화재는 신진식, 김세진, 김상우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즐비했다. 남은 자리는 레프트 딱 하나였다. 그 자리에서 뛰려면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이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알토란같은 존재가 됐다. 신치용 감독이 올 시즌 내내 석진욱의 빈 자리를 아쉬워하는 이유가 다 있다. ‘배구도사’ ‘돌도사’ ‘살림꾼’ ‘재간꾼’ ‘소방수’ 등 갖가지 별명 가운데 어느 것이 맘에 드느냐고 묻자 그는 수줍게 답했다.

“맘에 든다는 것보다…. 배구도사라는 별명은 정말 영광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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