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정몽규 “제2의 서울구단 만들어 ‘K리그 판’ 키우자”

입력 2011-05-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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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8 축구회관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현대산업개발 회장.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서울 최소 2개구단 있어야 흥행 도움
관중 감소는 수도권팀들 부진 큰 원인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국축구가 위기다. 엄밀히 말하면 K리그의 추락이다.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보니 팬들의 반응이 시들하다. 사면초가다.

이런 상황에서 1월27일 K리그 수장에 오른 한국프로축구연맹 정몽규(49·현대산업개발 회장) 총재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팬 서비스와 리그 운영의 효율성, 중계권, 승강제, 이사회 개편 등 풀어야할 숙제가 태산 같다.

희망을 찾아 나선 정 총재는 K리그 부흥을 외치고 있다. 중장기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이사회 개편을 통해 효율적인 K리그를 만들 발판을 마련한 정 총재를 4월28일 만났다.


○취임 100일과 연맹 개혁

-취임한 지 100일이 다 됐는데.


“아쉬운 게 많다. 시즌 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내년 시즌 준비는 여름부터 시작해 7∼8개월, 8∼9개월 준비할 생각이다. 내년은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


-이사수를 줄이고, 사외이사도 도입하기로 했다.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봐도 되나.

“이사회 개편이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 효율적으로 하려면 모든 분들이 한 말씀씩 하는 것보다 대표로 누군가 하는 게 낫고, 그래서 이사회 개편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잘 하느냐,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 그는 지난 달 이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이사회에서 나온 반대 논리에 대해서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사회를 개편하는 것은 새로운 방향으로 해볼까하는 것이다. 반대 의견도 참고해서 효율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수장으로서 본 연맹

-밖에서 본 연맹과 들어와서 본 연맹 뭐가 다른가. (정 총재는 울산현대 및 전북현대 구단주를 거쳐 2000년부터 부산 아이파크의 구단주를 맡고 있다)

“차이가 있다. 여기 와서 보니 중계권, 스폰서 등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나하나 다 노력해야한다.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래도 올해는 스폰서를 쉽게 계약했는데.

“스폰서에게 혜택이 가도록 충분히 배려를 해 줘야한다. 그래야 다음에 또 구할 수 있다. 우리가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한다. 서비스 산업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잘 해야 한다.”



○K리그와 TV중계


요즘 축구팬들의 불만 중 하나는 TV중계를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축구 게시판에는 이런 불만이 가득하다. 케이블 방송은 야구에 편성을 집중한다. 야구 인기가 그 만큼 높기 때문이다. 축구도 인기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중계가 붙도록 해야 한다. 연맹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요즘 TV중계에 대한 불만이 많다.

“나도 TV중계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송이 큰 수입원이 돼야한다. 그런데 K리그 중계권은 분명히 과소평가돼 있다. 축구가 여러 도시에서 하니까 공기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없으면 질식하는 데도 말이다.

진정한 가치를 팬들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관계자나 감독, 선수 모두 최선을 다하고, 공정한 경기를 하면 중계권료를 내거나 입장권을 사거나 했을 때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알음알음 알려지면 팬들도 늘고 중계권도 해결되지 않겠나.”

서울 최소 2개 구단 있어야 흥행 도움
관중 감소는 수도권팀들 부진 큰 원인

-야구의 인기에 많이 밀리고 있다.

“서비스 마인드를 갖고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만 좋아지면 축구팬들도 늘어날 수 있다. 모든 분들이 말하는 게 ‘축구를 직접 보니 굉장히 격렬하고 빠르다’고 한다. 특히 전용구장에서 보신 분들은 다 그런다.

프리미어리그나 이탈리아, 그런 리그 보다 한국은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데, 유럽도 지루하게 할 때도 많다. 유럽만 좋다고 평가하고 우리 것은 덜 평가하고 그러면 안 된다. 축구 관계자나 언론 관계자들이 상품이 좋다고 해줘야 한다. 상품이 나쁜데 이청용 같은 선수가 잉글랜드 가서 잘 할 수 있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과소평가된 것 같다.”


- 용병 쿼터 축소를 생각하고 계신데.

“제일 중요한 게 리그의 경기 품질 유지다. 이 부분은 용병이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구단 재정이 어렵다. 재정 개선도 고려해야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좋은 경기력의 K리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용병 도입에 대해 시행착오나 돈이 낭비되는 것이 상당히 많다. 굉장히 아까운 돈이다. 내가 있는 부산도 그런 경우가 있다. 이걸 절감하면서 품질을 낮추지 않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AFC 경기가 앞으로 더 중요해 질 것이다. 용병도 AFC에 나가는 구단으로서는 중요한 재산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낭비요소는 줄여야한다. 그 관점에서 용병 제도도 봐야하지 않나.”


-승강제 도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승강제가 상당히 중요하다. 품질을 올리는 데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려갈 팀들에 대한 보완장치가 필요하고, 올라가는 팀들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K리그 혼자 검토할 부분이 아니라 축구협회와 잘 상의해야한다. 승강제에 필요한 요소들은 내년이라도 조금씩 도입할 생각이다.”


○서울 연고구단 확대

프로축구는 1995년까지 LG와 일화, 유공 등 3개 구단이 서울을 연고로 리그 운영을 했지만, 이듬해 모두 지방으로 떠났다. 서울은 8년간 비어있었다. 2004년에 LG가 안양에서 서울로 옮기면서 서울 팬을 끌어안았다.

서울의 관중 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서울 구단의 수완이 뛰어났지만, 그만큼 잠재 관중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2의 서울구단이 생긴다면 더비 등을 통해 관중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서울에 제 2구단이 창단됐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은데.

“저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수도권에는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다. 총재가 아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울에 구단이 2개 이상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팬을 많이 늘려야한다.

K리그 관중 수가 줄어든 이유도 수도권이 안 좋으니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울에 제2의 서울구단, 제3의 서울구단이 생기면 지방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것이다. 판 전체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 서울에 구단이 더 생기는 것이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중요하다.”

사외이사 도입 등 이사회 개혁 스타트
FIFA 진출 의향? 아직 거기까지는…


○‘포스트 정몽준’ 꿈

- 지난 달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회장이 내한 했을 때 정몽준 명예회장과 함께 자리를 했다. 그래서 ‘포스트 정몽준’이라는 얘기가 많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출할 의향이 있나.

“저는 지금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이다. 아직 젊은 나이이고, 최고의 회사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해봤다.”

정 총재는 K리그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단기적인 목표 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효율성을 높이고 팬 서비스를 강화하면 K리그가 최고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묻어났다. 연맹 직원들은 정 총재의 최고 강점을 “추진력”이라고 말한다. 그 평가대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유럽 부럽지 않은 K리그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정몽규
○생년월일:1962년 1월14일
○학력:용산고-고려대(경영학과)-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정치학 석사)
○주요 경력:울산현대 구단주(1994.1∼1996.12) 전북현대 구단주(1997.1∼1999.3)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2000.1∼)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2011.1.27∼)

사진=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글=최현길 스포츠 2부 부장 기자 (트위터 @choihg2)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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