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 스페셜] 후보 단일화…MVP, 팀간 경쟁 변질

입력 2011-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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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최형우와 함께 유력 MVP 후보로 꼽히던 KIA 윤석민(사진). KIA 구단 관계자는 삼성 오승환의 ‘MVP 후보 사퇴’ 해프닝에 대해 “우리로선 어떤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스포츠동아DB

삼성 오승환 MVP 포기선언, 무엇이 문제?

“나 대신 최형우 뽑아달라” 자진사퇴
투수 4관왕 KIA 윤석민 노골적 견제
최고 활약 선수 선정 원래 취지 퇴색
삼성 오승환(29)은 2011시즌 최우수선수(MVP)가 될 기회를 3일 스스로 포기했다. 팀 후배 최형우(28)로의 양보를 전제한 자진사퇴다. 이는 삼성 투타의 간판선수들이 ‘집안단속’을 통해 KIA 윤석민(25), 롯데 이대호(29)와의 MVP 경쟁에서 필승의지를 다진 ‘사전담합’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유사한 경쟁구도가 펼쳐지긴 했지만 이처럼 같은 팀 선수들끼리 공개적으로 후보단일화를 통해 밀어주기를 시도한 사례는 없었다는 측면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 MVP 투표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MVP와 신인왕은 매년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야구담당기자들의 투표로 선정된다. 기자회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후보선발위원회를 구성해 타이틀 홀더를 기준으로 후보를 엄선한다. 즉, 누구나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무 구단이나 후보자를 배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지난달 28일 문학구장에서 후보선발위원회가 열려 MVP 후보로 세이브 1위(47개) 오승환과 홈런(30개)·타점(118개)·장타율(0.617)의 3관왕 최형우, 다승(17승)·방어율(2.45)·탈삼진(178개)·승률(0.773)의 4관왕 윤석민, 타격(0.357)·최다안타(176개)·출루율(0.433)의 3관왕 이대호를 선정했다.

후보 선정의 기준인 개인성적은 투표의 기준이기도 하다. 인기투표 성격이 가미된 포지션별 올스타 및 골든글러브와는 차원이 다르다. 오승환의 사퇴 이면에는 ‘자신에게 던질 표를 최형우에게 넘겨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는데 인기투표라면 가능하다. 또 오승환이 사퇴를 희망했어도 후보에서 제외되지도 않을 뿐더러 실제 투표에서 오승환을 찍은 표가 최형우의 표로 간주되지도 않는다.


● MVP는 팀간 경쟁이 아니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막바지부터 MVP 경쟁에서 집안싸움을 우려했다. 류중일 감독마저 공개적으로 “오승환과 최형우 중 누가 MVP가 되면 좋겠느냐”고 자문을 구했고, 팀내에선 유력한 MVP 후보 윤석민을 의식한 후보단일화 논의가 자연스럽게 일었다.

이런 논의의 중심에는 MVP 투표가 팀간 경쟁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내재돼 있다. 타 팀 선수에게 빼앗겨선 안될 전리품이라는 의미다. MVP는 말 그대로 한해 가장 가치 있는 활약을 펼친 선수(Most Valuable Player)에게 주는 ‘개인상’이다.


● 구단의 역할은?

삼성은 오승환의 양보 의사를 접하고 고민에 휩싸였다. 송삼봉 단장은 “우리 선수가 MVP를 타든, 타 팀 선수가 MVP를 타든 투표 결과가 공개돼 오승환과 최형우 중에서 표를 적게 받은 선수는 마음에 상처를 얻을 수도 있어 곤혹스러웠다. 그러던 차에 오승환이 후배를 위하는 마음에서 결단을 내려줬다. 그 진심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치로 치자면 당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책임도 없는 유권자들을 끌어들인 격이다. 보도자료까지 내가며 구단이 공식적으로 조정할 성격의 문제였는지 한번쯤 더 고민이 필요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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