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엄마 주민번호 쓰면되지 뭐…”

입력 2011-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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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20일 시행된 가운데 누리꾼들은 “실효성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심야에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20일 시행된 가운데 누리꾼들은 “실효성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시행 첫날 봤더니…

“심야 게임접속 줄었다는 느낌 안들어”
주민번호 도용 우려…형평성 논란도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20일 본격 시행됐다.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과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한 제도라는 여성가족부의 설명에도 누리꾼들은 “실효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 주민번호 도용 등 또 다른 문제 낳을 수도

20일 자정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이 차단되자 인터넷상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일부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시대착오적인 제도’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청소년들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한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통금제도’라는 얘기다.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한 효율적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부모님의 주민번호를 쓰면 된다” “네트워크 플레이는 없지만 더 자극적이고 몰입도 높은 게임을 해야 겠다” 등 셧다운제를 비웃는 청소년들의 글이 많았다.

자신을 셧다운제와 관련 없는 성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셧다운제가 시행됐어도 심야에 게임 접속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결국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방지에 효과적이지 않고 오히려 주민번호 도용 등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악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 명확치 않은 적용 대상도 해결 과제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셧다운제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셧다운제를 담은 개정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되자마자 ‘누더기 법’이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무료로 제공되면서 개인정보를 수집 또는 이용하지 않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셧다운제 적용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블리자드가 ‘연령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며 ‘스타크래프트1’ 배틀넷을 자정부터 6시까지 아예 차단해 버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였다.

여성가족부는 제도 도입 취지와 현실 적용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1 배틀넷 서비스가 국내 PC온라인게임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문제는 멀티플랫폼 게임이 출시되는 등 플랫폼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더욱 크게 불거질 전망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서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랫폼 게임이 등장하고 있는 판국에 ‘어떤 게임은 적용 되고’ ‘어떤 게임은 예외다’는 식의 발상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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