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골프지도? 남자는 강원도의 힘, 여자는 8학군의 힘

입력 2012-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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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전후로 바뀐 대한민국 ‘골프지도’

생계형 골퍼 중심에서 엘리트 출신 골퍼가 대세로
강원도-김경태 노승열, 대구-배상문 김대현 강세
여자골프, 최나연 김하늘 등 경기도 ‘8학군’ 독주
대한민국 골프지도가 바뀌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골프의 주류는 충남, 전남, 부산 등이었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생계형 골퍼들이 강세였다면, 2000년 이후엔 주니어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골프를 배워온 엘리트 출신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생계형 헝그리 골퍼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남자프로골프를 이끈 주인공들은 대부분 지방 출신이 많았다.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 미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최경주를 비롯해 작은 거인으로 필드를 누볐던 박노석, ‘독사’ 최광수는 전남 출신이다. 완도와 장흥, 구례가 고향이다.

아시아 남자골퍼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으로 등극한 양용은은 제주도 출신이다. 김대섭과 강성훈 등이 양용은의 고향 후배다. 1990년대를 호령했던 신용진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프로가 된 이후 부산에서 뿌리를 내려 ‘부산갈매기’라는 별명이 생겼다.

경북도 수많은 골프스타를 배출해냈다. 대표적인 스타로 신용진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강욱순이 있다. 경북 영덕 출신이다. 2011년 일본 시니어투어 상금왕에 오른 김종덕은 충북 충주가 고향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먹고 살기 위해 골프를 시작한 헝그리 골퍼다. 최경주는 중학교 때까지 역도 선수를 하다가 고등학교 때 골프연습장에서 공을 주우면서 골프를 배웠고, 양용은은 고교 졸업 후 할 일을 찾다가 골프연습장에 취직하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배고픔에서 시작했지만 국내외에서 한두 번씩 1인자에 오르면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김경태, 노승열 앞세운 강원도의 힘

프로 스포츠 불모지로 불리는 강원도는 골프에서만큼은 예외다. 2000년 중반 이후 남녀 프로골프 무대를 주름잡는 스타들이 대거 배출됐다.

김경태와 노승열, 박일환 등이 모두 강원도 출신이다. 특이한 점은 김경태와 노승열, 국가대표 김시우가 모두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다. 속초 교동초등학교를 다녔다. 김경태는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속초에서 제법 유명인사 대접까지 받는다.

여자골프에서도 강원도 출신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제 출신인 이보미와 속초 출신인 배경은 등이 대표적인 스타다. 이보미는 주변에 골프장도 없고 연습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탓에 멀리 속초까지 가서 김경태, 노승열 등과 함께 연습했다.


○대구는 장타자의 고향

남자 프로골프 무대에서 강원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 대구다. 2011년 일본프로골프투어를 평정한 배상문과 2010년 한국프로골프투어 상금왕 출신 김대현은 모두 대구 출신이다.

배상문과 김경태는 장타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300야드 이상의 화끈한 드라이버 샷을 앞세운 공격적인 플레이가 경상도 사나이다운 모습이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둘 다 대구대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여(女) 골프8학군 출신이 장악

국내 여자골프를 이끌었던 중심세력은 대전이다. 박세리를 비롯해 장정, 허미정 등이 대전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다. 대전 출신에 맞서 그린을 평정했던 김미현은 인천 출신이다.

대전에서 시작된 여자골프의 스타계보는 2000년대 이후 서울과 경기도로 이동했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전국적으로 번진 골프 붐의 영향으로 경기도가 새로운 골프중심세력으로 급부상했다.

뛰어난 골프환경이 한몫했다. 전국 골프장의 절반 가까이 가 경기도에 모여 있고, 대형 골프연습장과 유명 티칭프로들도 많았다. 이런 환경 탓에 경기도는 대한민국 골프의 8학군으로 불렸다. 여기에 부모들의 열성적인 뒷바라지까지 더해져 순식간에 여자골프 무대를 점령했다. ‘골프 8학군’이라는 명성처럼 대형 스타들도 쏟아져 나왔다. 서희경, 최나연, 김하늘, 유소연 등 체계적인 교육과 환경을 등에 업고 스타로 성장했다. 신지애는 전라도 광주 출신으로 홀로 골프 8학군과 맞서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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