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Cafe]김지호 “보이시하고 털털한 장은서, 나와 싱크로율 100%”

입력 2012-0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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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인연’ 이후 14년 만의 영화 출연작 ‘부러진 화살’을 통해 스크린에 복귀한 김지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영화 ‘부러진 화살’ 김지호의 연기와 삶

흥행과 별 인연 없던 나,


결국 14년간 충무로 발길 뜸해져
안성기·박원상 선배 출연 소식에
이번에 못하면 후회, 무조건 OK!

툭툭대는 느낌의 캐릭터 나와 비슷
다른 작품서 다시 해보고 싶은 욕심도

어느새 서른여덟
올해부터는 다작도 하고 싶다, 하하


‘팩트’(사실)와 ‘픽션’(허구)의 간극에 대한 논쟁을 불러온 영화 ‘부러진 화살’ (감독 정지영·제작 아우라픽처스).

2일 현재 223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스크린 안팎에서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하얀 전쟁’ ‘남부군’의 정지영 감독이 20여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고, 역시 그 긴 세월 끝에 안성기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젊은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또 한 명의 연기자를 새롭게 각인했다. 1990년대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김지호가 그 주인공. 김지호는 ‘부러진 화살’에서 직업적 정의감에 충실한 사회부 기자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지난해 임순례 감독 등과 함께 한 옴니버스 영화 ‘미안해, 고마워’를 제외하면 ‘부러진 화살’은 1997년 ‘인연’ 이후 14년 만에 출연한 영화다. 뿔테 안경이 제법 멋들어진 여기자 역으로 김지호는 연기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았다.


- ‘부러진 화살’에 대한 관객의 호응이 높다. 축하할 일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했고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뜨겁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 노 개런티로 출연한 걸로 아는데, 영화가 흥행했으니 보너스도 기대해볼 만하겠다.

“보너스? 모르겠다. 하하! 그런 것 생각하고 출연한 건 아니니까.”


- 영화 속에서 안경이 참 잘 어울리더라.

“그런가? 고맙다. 연기를 하면서 안경을 쓴 건 처음이다. 직접 설정한 거였다. 뭔가 고민하며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각 장면에 어울리는 표정과 인물의 생각을 표현해낼 수 있는 소품이라고 생각했다. ‘부러진 화살’ 속 장은서 기자는 기자로 살아가면서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을 지닌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 실제 사건을 기록한 원작이 된 동명의 책에는 없는 캐릭터인데, 원작은 읽었나.

“그렇지 않다. 영화는 책을 본 감독님이 실제 사건에 관심을 갖고 공판 기록 등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다시 쓴 것으로 안다.”


- 이 영화를 선택한 계기는.

“소속사 대표로부터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한 번 읽어보자 했더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 배우 캐스팅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날 시나리오를 받아 읽었다. 그때 바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시나리오 구성이 워낙 짜임새가 있었다. 언젠가 한 번 함께 해보고 싶었던 정지영 감독님이 연출하고 안성기, 박원상 등 선배들이 출연한다는 말에 고민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특히 박원상 선배는 연극 ‘슬픈 연극’을 보고 펑펑 울었었다. 한 마디로 반했던 거지. 이처럼 ‘부러진 화살’은 배우들이 너무 쟁쟁했다. 그렇게 판이 짜였으니 당연히 나도 함께 하고 싶었던 거다.”


-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건 또 왜일까.

“글쎄…. (영화가)시대를 잘 만난 것 같다.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다는 차원에서 말이다. 문제 제기에 대한 관객의 지지가 힘과 탄력을 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문제의식 이전에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었다. 내겐 잘 짜인 판에서 영화와 익숙해져가는 게 좋을 거란 생각도 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2007년 교수 지위 항소심에서 패소한 데 불복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담당판사였던 박홍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석궁으로 상해를 입혔다는 이른바 ‘석궁 사건’을 토대로 했다. 정지영 감독은 이 사건을 기록한 책 ‘부러진 화살’과 공판 기록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새롭게 구성해 완성했다. 영화는 극중 김경호(안성기) 교수가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맞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길고 질긴 싸움에 나서는 과정을 담아냈다. 아래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 사회부 기자 역을 맡은 김지호는 뭔가 고민하며 살아가는 느낌을 주고 싶어 검은색 뿔테 안경을 착용했다. 사진제공 | 아우라픽쳐스



● “나이 들면서 여성스러워야한다는 강박 느꼈다”


- 말한 것처럼 그동안 영화와 큰 인연을 맺지 못해왔다.

“내가 기피하기도 했다. 영화가 주는 메리트를 잘 느끼지도 못했고. 뭐, 흥행도 잘 안 됐고. 하하! 한 마디로 영화가 내겐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드라마만 하기도 너무 바빴다. 이젠 영화 제작 환경도 좋아졌고 그 작품적 수준도 높지 않나.”


- ‘부러진 화살’이 준 또 하나의 반가움은 김지호 특유의 보이시한 매력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는 거다.

“하하! 그런가? 나다운 모습이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보이시하고 털털하면서 뭔가 툭툭대는 느낌? 나 역시 스스로 반가움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그런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뭔가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강박도 좀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드라마보다 영화 현장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덜 빡빡해서 어쩌면 영화를 찍을 때가 더 자연스러운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 그런 색깔의 캐릭터를 조금 더 연장해보는 건 어떨까.

“장은서 기자 역 같은 캐릭터가 더 비중이 커져 다른 작품에서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 집에서 TV를 없앴다는 게 화제가 됐다. 그럼 드라마 연기는 어떻게 모니터하나.

“현장에서 하거나 다른 공간을 찾아가 한다. TV를 없앤 건 순전히 아이 때문인데, 내 일과 관련한 것이라면 TV를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 어느새 서른여덟 나이…“하하” 웃는 청량함과 생기 여전

김지호는 어느덧 서른여덟의 나이에 들어섰다. 하지만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기억에 남은 ‘20대 초반 김지호’와 지금의 김지호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하하!” 웃는 청량하고 호쾌한 웃음과 그것에 딱 어울리는 상쾌한 분위기의 얼굴. 발랄함과는 또 다른 그 어떤 이미지에 호감을 갖게 했던 김지호에게 ‘자연인으로서 갖는 요즘 최대 관심사’를 물었다.

“물론 육아다. 나머지는 내가 늘 뭘 느끼며 하고 싶은지 알고 싶다는 거다. 내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 한다. 사실 난 뭘 혼자 하는 걸 좋아한다.”


- 아이 학교 보내고 나면 집안일하기에도 바쁘다고 하던데.

“학교 보내고 남는 시간이 3∼4시간 가량 된다.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주로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인데, 혼자 노는 거지.”


-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뭔가.

“음…. 30대에 꼭 해보고 싶은 게 뭘까. 스스로 숙제를 내곤 한다. 혼자 여행도 좀 하고 싶기도 하고. 한 후배가 인도 여행을 떠나 사진과 글을 보내주곤 하는데, 뭔가 달라진 모습인 것 같다. 천천히, 느릿느릿, 자연을 느끼면서 바쁘지 않게 사는 건 또 어떨까 가끔 떠올리곤 한다.”


- 아직 30대를 떠나보낼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의 30대는 어땠을까.

“질풍노도의 시기도 있었고 한참 힘들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에 대해 내가 말랑말랑해져간 시기이기도 했다. 많이 품고 싶고 많이 안아주고 싶은 그런 시기. 그래서 나이 드는 게 좋다.”


- 나이 드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

“하하! 그러냐? 나이가 드는 건 뭔가 상실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젊음의 소중함, 젊었던 때 가졌던 것에 감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난 나이 드는 게 좋지만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하하!”
김지호는 그러면서 “오랜 세월 배우로서 일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법 운동도 열심이다.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아도 아직 파릇한 건강함으로 많은 팬들은 김지호를 기억한다. 그리고 여전히 그 건강함으로 새롭게 다가올 김지호를 기대한다. “올해부터는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여전히 변치 않을 ‘시대의 아이콘’이 떠올랐다.

● 1974년 7월 출생
● 1994년 서울여대 영문과 재학 중 신승훈 ‘그 후로 오랫동안’ MV로 데뷔
● 1994년 KBS 2TV ‘사랑의 인사’로 본격 연기 시작
● 1995년 MBC ‘아파트’, 영화 ‘꼬리치는 남자’ 등 출연 이후 ‘TV시티’ ‘8월의 신부’ 등 다수 드라마 주연
● 최근작 ‘부러진 화살’을 비롯해 SBS ‘여자를 몰라’ 등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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