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투수 결정을 기록원 맘대로?

입력 2012-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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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프록터(오른쪽)는 28일 목동 넥센전에서 블론 세이브를 하고도 ‘승리투수 요건’은 채웠다. 그러나 기록원은 ‘효과적인 투구’의 이유를 들어 프록터에게 승리를 주지 않아 논란을 불러왔다. 목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효과적 투구한 구원투수에게 승리 부여
야구규칙 명시 불구 기준 적용 논란 소지
사도스키 “빅리그선 있을 수도 없는 일”


28일 목동 넥센전 9회말 4-2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한 두산 스캇 프록터는 1이닝 2실점하며 블론세이브를 했다. 그러나 두산 타자들이 연장 10회초 2점을 추가로 냈고, 10회말 마운드에 오른 임태훈이 1이닝을 막고 팀이 이겼다. 일반적인 규정대로라면 팀이 역전하기 직전 마운드에 있었던 프록터가 승리투수가 되고, 임태훈은 세이브투수가 돼야 한다. 그러나 기록원은 임태훈에게 승리를 줬다. 프록터가 ‘효과적인 투구’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프록터가 승을 못 가져간 이유

윤병웅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장은 29일 “프록터가 9회초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했고, 2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물론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구원승을 가져간 투수가 있었지만 프록터는 동점으로 가는 과정에서 보크를 저질렀다. 역전패를 당할 수 있었던 상황까지 몰고 간 투수의 과실이 컸다는 현장 의견을 존중해 승리를 임태훈에게 줬다”고 말했다. 실제 야구규칙에 명시된 승리투수 조건(10.19항)에는 ‘구원투수가 비효과적인 투구를 하고 그 뒤에 나온 구원투수가 리드를 유지하는데 효과적인 투구를 했을 경우 나중의 구원투수에게 승리를 기록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과연 효과적 투구란?

문제는 ‘효과적인 투구’라는 기준의 모호함이다. 예를 들어 0.2이닝 동안 1개의 공을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되는 경우 효과적인 투구의 기준에 부합하는가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게다가 프록터의 보크는 포수와의 미스커뮤니케이션 때문이었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구심에게 타임을 요청했지만 프록터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포수의 제스처를 보지 못했고, 이미 투구동작에 들어간 상태에서 양의지가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춤하면서 보크가 선언됐다. 그러나 윤병웅 기록위원장은 “단순히 기록뿐 아니라 담당기록원이 해당 투수의 투구내용과 과정, 다음 투수의 투구내용 등을 종합해 내린 결정”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김진욱 감독도 “기록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인정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은?

그렇다면 같은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와 일본은 어떨까? 고마키 유이치 두산 배터리코치는 “(선발투수였던) 김선우가 승리투수가 되는 경우는 있지만 임태훈이 승리가 되는 경우는 없다.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롯데 사도스키도 “메이저리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병웅 기록위원장은 “일본은 기록원의 재량권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대신 메이저리그는 구원투수 중 가장 효과적 투구를 한 투수에게 구원승을 준다”고 설명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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