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 평균 나이 31.7세…노쇠한 한국 탁구, 대안은?

입력 2012-08-10 0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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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단체 은메달을 따낸 주세혁-오상은-유승민(왼쪽부터).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동아닷컴]

평균 나이 31.7세, 출전 선수 7명 중 20대 단 1명.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은메달, 여자 단체전 4위의 성적을 거둔 한국 탁구 대표팀의 현 주소다.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은 8일 열린 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에 0-3으로 패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긴 했지만, 30대 노장 ‘형님’들은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주세혁(32)과 유승민(30·이상 삼성생명)이 ‘세계 최강’ 장 지커(24)와 마 룽(24)로부터 1세트씩 뺏어내며 선전했다. 오상은(35·KDB대우증권)까지 세 선수는 유종의 미를 거둔 셈.

하지만 여자 탁구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탁구가 정식종목이 된 이후 첫 ‘노 메달’을 기록했다. 게다가 남녀 모두 개인전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박미영(31·삼성생명)-오상은-주세혁이 모두 32강-16강에서 탈락했고 에이스 김경아(35·대한항공)마저 8강에서 탈락했다.

오상은(35·KDB대우증권)은 출국 전 가진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는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거듭 밝혔다. 유승민(30·삼성생명)도 “‘옛날 탁구’ 그만해라, 언제까지 너희가 뛸 거냐라는 소리 많이 듣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대교체론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 것.

이번 대회에 뽑힌 남녀 대표팀 8명 중 20대 선수는 김민석(20·KGC인삼공사)와 석하정(27·삼성생명) 뿐이다. 김민석은 예비선수(P카드)로 선발된 뒤 경기에는 투입되지 않은 만큼, 20대 선수는 석하정 한 명이었던 셈.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탁구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한 20대였던 석하정.



탁구계 관계자들은 “남자 탁구의 미래는 괜찮다”라고 입을 모은다. 유남규 남자 대표팀 감독이 일찌감치 차기 에이스로 점찍은 김민석 이외에도 젊은 선수층이 탄탄하다. 올해 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에 오른 정영식(20·KDB대우증권)과 이상수(22), 서현덕(21·이상 삼성생명)은 세계 대회에서 마 룽-장 지커-티모 볼 등 톱 랭커들을 상대로 간간히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귀화선수 정상은(22·삼성생명)도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결국 ‘노장’들을 넘지 못했다. 단체전 시드는 각 참가 선수들의 세계랭킹을 합산해 결정된다. 올해 한국 선수들 중 세계랭킹 1-3위는 오상은-주세혁-유승민의 ‘30대 트리오’였다. 유승민과 김민석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던 유남규 감독은 “비단 단체전 시드 때문만이 아니라, 적어도 이번 올림픽까지는 유승민이 위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자 탁구는 남자탁구에 비해 양도, 질도 부족하다는 평이다. 중학 시절부터 차세대 에이스로 꼽혀온 양하은(18·대한항공)의 성장세는 기대에 못 미치는 편. 양하은 외에 탁구계가 기대주로 손꼽는 선수는 귀화선수 전지희(20·포스코에너지) 정도다. 전지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에 뽑힐 자격을 갖추게 된다.

여자탁구의 미래로 꼽히는 양하은.



남자 선수들과는 달리 서효원(25·KRA한국마사회), 유은총(19·포스코에너지), 송마음(19·KDB대우증권) 등 젊은 여자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관계자들마다 엇갈린다. 양하은이나 전지희에는 비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평이다.

귀화 선수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탁구 대표팀은 ‘터줏대감’ 김경아와 박미영 외에 당예서(32·대한항공)와 석하정, 두 명의 귀화선수를 출전시켰다. 한국 뿐 아니라 싱가폴-홍콩 등 탁구 강국들의 대표팀에서 중국 출신 귀화선수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주세혁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결승전 후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나 국내 대회 때 귀화 선수의 수를 제한해야한다. 특히 여자팀은 심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귀화 선수 도입으로 인한 경기력 향상 부분은 인정하지만, 국내 탁구계의 토양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

여자 단체전의 당예서-김경아-현정화 감독-석하정(왼쪽부터).



한 탁구 관계자는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여자 탁구의 경우 다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대표팀이 모두 귀화선수로 채워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경아와 박미영은 사실상 대표팀을 은퇴한다고 보면, 양하은이 좀더 성장하기만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나라로는 일본이 꼽힌다. 일본은 최근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후쿠하라 아이(24), 이시카와 카스미(19), 미즈타니 준(23), 키시카와 세이야(25)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 및 육성해냈다.

올림픽은 끝났다. 형님들, 언니들은 떠날 가능성이 높다. 팔팔한 20대 젊은이들의 시대가 왔다. 그 시대가 암흑기일지, 태양이 더 환하게 빛나는 날일지는 젊은 선수들에게 달렸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경모기자 mom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대한탁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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