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핫이슈] 초구 칠까? 말까?…가을야구선 초구쳤다 초칠라

입력 2012-10-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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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베어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준PO 전전 2연승을 달린 롯데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초구공략과 가을잔치의 방정식

기록으로 보면 초구 타율이 평균보다 높아
통산 초구 타율 0.336…타자들 ‘초구 사랑’
홍성흔 “큰 경기는 공 오래보는 게 유리해”
손아섭 “성급한 공격 아니라 과감한 공격”
김현수 “병살타 치더라도 초구 공략할 것”


1977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레지 잭슨(당시 뉴욕 양키스)의 3연타석 홈런은 모두 초구를 친 결과였다. 그러나 초구 공략이 항상 박수를 받는 것만은 아니다. SK와의 2011플레이오프(PO) 1차전 9회말 손아섭(롯데)의 병살타와 SK와의 2008한국시리즈 3·5차전 9회말 김현수(두산)의 병살타 역시 초구 공략의 결과였다. 잘 해야 본전이지만, 못 할 때는 ‘성급한 타자’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초구 공략. 가을잔치에선 어떻게 봐야 할까.


○평균의 타자도 초구 타율은 3할대

거의 모든 타자는 초구 타율이 자신의 평균 타율보다 높다. 2010년 스포츠통계기록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0년 8월까지 통산 초구 타율은 무려 0.336에 이른다. 심지어 2012페넌트레이스에서 손아섭은 무려 0.507의 초구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초구 사냥꾼들은 크게 4가지 점에서 초구 예찬론을 펼친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잡을 확률이 높다. 투수가 초구부터 결정구를 넣기는 힘들다. 자기 타격밸런스에만 집중하기가 쉽다. 파울이나 헛스윙이 나오더라도 공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유리하다.’ 그러나 9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PO 2차전을 앞둔 롯데 선수들은 “큰 경기에선 초구 공략에 대한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을잔치에서 초구 타격의 함정

롯데 홍성흔은 “포스트시즌에선 최대한 공을 많이 보는 타자가 유리하다”고 밝혔다. 손아섭은 그 이유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포스트시즌에서 9회말 끝내기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어느 타자든 힘이 들어간다. 초구는 타자 입장에선 가장 자기 스윙에 충실할 수 있는 공이다.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자기 스윙을 하면, (땅볼 등) 병살타로 연결될 가능성 커진다. 그래서 큰 경기에선 성급한 공격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롯데는 초구 공격 비율이 높은 팀이다. 가을잔치에서도 정규시즌과 같은 모드를 유지한 것이 패인의 하나로 지적되곤 했다. 2008년 준PO에서 롯데와 맞붙은 삼성은 ‘초구에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는’ 작전으로 큰 성과를 본 적도 있다. 손아섭은 솔직한 고백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스트라이크를) 하나 먹고 쳐도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SK 같은 강팀은 심지어 페넌트레이스 때도 공을 많이 본다. 사실 큰 경기에선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2스트라이크 이후 도리어 힘을 빼는 좋은 스윙이 나오기도 한다.”


○목적의식이 있는 초구 타격

그렇다고 초구 공략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목적의식이 명확한 초구 공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준PO 1차전에서 손아섭은 몇 구째인지 상관없이 니퍼트(두산)의 체인지업 하나만을 보고 타석에 들어섰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자신이 약했던 구종을 역으로 노린 것이다. 준PO 2차전에선 노경은(두산)의 몸쪽 직구를 버리고, 투심과 포크볼을 좌측으로 밀어치려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졌다. 손아섭은 “이런 경우에는 초구 타격의 결과가 나빠도 책임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성급한 공격과 과감한 공격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1차전 9회말 초구를 쳤다가 또 한번 ‘병살 트라우마’를 경험한 김현수 역시 “같은 상황이라도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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