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 '스펙' 대신 'UX'가 뜬다

입력 2012-11-05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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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를 연상시키는 한 장면, 격렬한 포성과 총성이 오가는 가운데 중화기로 무장한 병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적진을 향해 돌격중이다. 그런데 이런 비장한 분위기 속에 갑자기 말풍선이 화면에 뜬다. 전개로 보아하니 "일발장전!"이나 "전원돌격!" 같은 대사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말풍선에는 "배고프다! 어디갈까?", "냉면 먹으러 가자!"등의 소위 '깨는' 글자가 적혀있다. 게다가 말풍선이 나올때마다 익살스런 효과음까지 곁들여져 한층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위 장면은 사실 전쟁영화가 아닌 LG전자의 스마트폰인 '옵티머스뷰2' TV광고의 한 장면이다. 옵티머스뷰2는 두 가지 작업을 하나의 화면에서 겹쳐 표시하는 ‘Q슬라이드’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영화나 DMB 방송을 시청하면서 문자를 주고받거나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는 등의 다중 작업이 가능한데, 위 광고는 옵티머스뷰2의 Q슬라이드 기능을 실제로 활용하는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코믹한 상황을 재현,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고있다.


비단 LG전자의 옵티머스뷰2 뿐 아니라 최근 등장하는 스마트폰의 광고는 예전과 달리 스펙 (제원)이나 디자인 등의 표면적인 특징을 강조하기 보다는 이 제품으로 사용자가 어떤 경험 (User experience, 이하 UX)을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위 옵티머스뷰2를 만든 LG전자만 하더라도 2011년에 출시한 '옵티머스2X'의 광고에선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가진 고성능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2012년에 출시한 '옵티머스G'의 광고에선 이 역시 고성능을 추구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성능 이야기 대신 언제라도 화면 상에 필기를 할 수 있는 'Q메모' 기능을 소개하며, 이를 이용해 가족의 정을 돈독히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UX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열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2012년 여름을 즈음해 3천만명을 돌파했다. 또한,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다보니, 상당수 소비자들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고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성능의 스마트폰이라도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활용할 방법이 없다면 의미가 없으며, 이미 이런 스마트폰을 가진 소비자가 더 높은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나왔다하여 구매의욕을 강하게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성능보다는 UX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3, LG전자의 옵티머스G 등은 극히 높은 연산능력을 가진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가지고 단순히 카카오톡이나 웹 서핑만 하는 사용자라면 이런 고성능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소비자들이 따로 공부를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고성능을 활용해 보다 나은 경험을 만끽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제조사들이 할 일이며 UX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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