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3D직종 코치…왕년 ★도 4000만원!

입력 2012-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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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과 현실 사이의 프로야구

구단들이 정해준 쥐꼬리 연봉에 생활고
4대보험도 없는 1년 계약직 파리목숨

용병 첫해 몸값 ‘30만달러 상한선’ 룰
실제 100만달러 훌쩍…이면계약 만연
외형만 커진 프로야구 제도정비 시급


1980년대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연봉 25% 상한선’이다. 1983년 만들어진 규정이다. 프로야구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야구규약에는 없다. 피해자는 1983년부터 입단한 선수였다. 1986년 루키로 연봉 1200만원을 받았던 MBC 김건우는 18승을 거뒀지만, 이듬해 연봉은 1500만원이었다. 구단은 2000만원의 보너스를 줬지만 연봉 기준은 1500만원이었다. 선수들은 1200만원∼1500만원∼1875만원∼2343만원 등 수학공식처럼 정해진 틀을 따라야 했다. 열심히 한 만큼 돈을 벌어가는 프로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를 최초로 깨트린 선수는 고(故) 최동원이었다. 1984년 한국시리즈 포함 31승을 거둔 최동원은 롯데가 제시한 연봉 3472만5000원과 보너스 3000만원을 거부했다. 연봉 6500만원을 요구했다. “25% 상한선 폐지의 십자가를 졌다”며 구단과 투쟁해 결국 이겼다. 그러나 그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공식 등록된 연봉은 25% 상한선이 지켜진 금액이었다. 유령처럼 프로야구계를 맴돌던 25% 상한선이 공식적으로 깨진 것은 1990년 말이었다. 우리 프로야구는 그때부터 진정한 프로의 시대가 됐다. 억대 연봉자도 탄생했다. 25% 상한선이 있었다면 1200만원에서 시작해 11년이 걸릴 일이었다.


○외국인선수 연봉계약의 불편한 진실

실효성이 없지만 공식적으로 없어지지 않은 룰은 지금도 있다. 외국인선수 관련 규정이다. KBO의 규약에 따르면 한국 입단 첫해 연봉으로 30만달러를 넘지 못한다. 1998년 12만달러에서 시작해 상승된 수치다. 옵션을 포함하고 복리후생비는 제외되는 금액이다. 재계약을 할 경우 인상률은 25% 이내로 규정했다. 각 구단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법대로 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구단이 몇이나 될까. 한국무대에서 활약하는 에이스급 외국인선수의 경우 100만달러는 줘야 한다. 한국야구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외국인선수의 몸값도 올라간 결과다. 한국야구가 원하는 외국인선수는 까다롭다. 메이저리그 경험도 있고, 트리플A에선 확실한 주전급에 드는 선수다. 이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희망을 버리고 타국에서 도전을 하는데, 메이저리그 최저연봉(48만달러)보다 적게 받고 올 이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한국 구단의 발표와 미국 현지 언론의 보도에 차이가 난다. 게다가 빼어난 성적을 올린 외국인선수가 25% 상한선을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 선수도 거부했던 그 악법을.


○프로야구 ‘3D 직종’이 된 코치

프로 지도자 경력 20년이 넘는 어느 코치의 말. “몇 년 전 아내가 나 몰래 아이들을 위해 대학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프로 코치 10년이 넘었을 때인데도, 돈이 없어 대출을 받은 현실이 한심했다.” 또 다른 코치의 한탄. “프로 코치 몇 년간은 내 돈을 쓰며 일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선수 때 벌어놓은 돈이 없으면 코치도 제대로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고도 프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냐?” 예전에는 현역 유니폼을 벗으면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코치로 시작해 감독을 하는 것이 야구인이 선택하는 최고의 길이었다. 그러나 요즘 선수들에게 코치 자리는 반드시 선택하는 옵션이 아니다. 한때 구단이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면서 선수들에게 주는 혜택 중의 하나였지만, 이제는 혜택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없다. 코치는 우리 프로야구에서 ‘3D 업종’이다. 대우가 너무 박하다. 아무리 유명하고 유능해도 코치를 시작하는 첫해 연봉은 4000만원으로 정해졌다. 물론 이것도 규약에는 없다. 구단들끼리 알아서 정했다.

코치는 각 구단에서 가장 전문기술이 필요한 위치다. 선수 때 갈고 닦은 기술과 노하우를 살려 후배들을 지도하고 유망한 선수들을 발굴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 기업으로 치자면 팀장 내지는 부장급이다. 그런데 이들의 연봉이 입단 2∼3년차 선수들보다 못하다고 하면 누가 인정할 것인가. 부장이나 팀장에게 일반사원보다 연봉을 적게 주면서 일을 시킨다면, 그 회사는 어떻게 될까. 게다가 4대보험 혜택도 없다. 계약도 1년이다. 감독의 이동에 따라, 팀 성적에 따라, 구단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잘린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가 더욱 이상하다. 감독과 구단의 눈치를 보는 ‘정치코치’, ‘홍보코치’가 생겨나는 이유다. 구단은 원하는 코치를 열심히 찾아도 드물다고 말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은 코치를 하지 않는다. 유능한 코치의 부재는 야구기술의 퇴보를 의미한다. 지금 그 현상이 나타난다.


○1982년 연봉이 30년 지나도 변함없는 프로야구

1982년 프로야구 탄생 때 KBO가 선수들에게 해준 약속은 “일반 직장인의 10년치를 1년에 벌게 해준다”였다. 그해 최고 연봉은 2400만원을 받은 OB 박철순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프로야구선수의 최저연봉은 2400만원이다. 그것도 2010년 400만원이 오른 것이다. 경기인 출신으로 최초의 사장이었던, 당시 김응룡 삼성 사장이 주장해 인상한 것이었다. 우리 프로야구의 외형은 발전했지만, 여기저기 하드웨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프트웨어가 많다. 내년이면 출범 32년째다. 그에 걸맞은 내실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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