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서평] 기묘한 지식 383개 여기에, '상상력사전'

입력 2013-03-20 14: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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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사전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 열린책들
출간일: 2011년 3월 3일
분량: 629페이지
가격: 종이책 1만 5,800원 전자책 6,650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은 ‘상상력을 촉발하고 사고를 전복시키는 기묘한 지식(외 일화, 잠언, 단상 등) 383편’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이하 베르나르)는 열네 살 때부터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노트를 기록해 왔다고 한다. 그가 계속 써온 노트 속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발상과 관점을 뒤집는 수많은 영감,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수수께끼와 미스터리, 인간과 사회에 대한 독특한 해석 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이 노트를 문학, 과학, 인류학, 심리학, 전설, 신화, 연금술, 처세, 게임 등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채워 백과사전으로 만들었다. 사전이라고 딱딱하지만은 않다. 사소한 듯 보이는 용어 또는 일화에 흥미로움이 숨어있어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한 번이라도 쥐들의 세계를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베르나르는 '쥐 세계의 계급 제도'를 다루면서 쥐 세계에도 노예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항상 약자라고만 생각했던 쥐들의 세계에도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결코 낯설지만은 않았다. 또한, 베르나르는 그리스 로마 신화도 자주 언급했다. 하지만 기존의 신화를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그만의 상상력과 독특한 해석으로 사건과 인물 등을 더욱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그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단순 허구의 소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스의 역사적인 배경이 그 신들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장장이들이 눈에 쇳물이 튀지 않도록 안대를 착용했고, 사회에서 귀중한 인적자원인 이들의 도망을 막으려고 절름발이로 만들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이 절름발이에 애꾸눈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때로는 인간의 본질을 꼬집어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하는 매력도 있다. 암컷 사마귀는 교미가 끝난 뒤 수컷을 잡아먹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는 관찰자가 관찰 대상의 조건을 변화시켜 얻은 왜곡된 정보일 뿐이다. 실제로, 암컷은 교미가 끝난 뒤 보이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삼킨다. 수컷이 도망갈 수 없는 실험공간 안에서 암컷은 수컷을 잡아먹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 베르나르는 '사람들은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일어난 일을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를 지적하고 있다.
이외에도 '페리숑 씨의 콤플렉스'라는 말도 있다. 인간은 왜 자신을 도와준 사람보다 자신이 도와준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끼게 되는 지를 설명하는 용어다. '배은망덕'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페리숑 씨의 여행'이라는 희극에서 찾은 이 현상은 남에게 은혜를 입거나 신세를 지고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음을 꼬집는다.
쥐 세계의 계급제도 하나만으로 사회적 위계는 물론, 곤충이나 다른 동물에서 보이는 인간의 유사한 모습을 설명하고, 서양인의 원류로 여겨지는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을 재해석한 것만 봐도 베르나르가 '인간의 존재'에 대해 항상 질문하는 작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그는 개미 사회, 음악의 화음, 인간의 몸 등을 예로 들며 인간은 조화를 추구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했다.
물론, '사전'인 만큼 얻게 되는 지식도 만만치 않다. 흔히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경우에 쓰는 '머피의 법칙'이라는 용어의 생성 배경도 흥미롭다. 이 용어를 어느 때 사용하는지는 알면서도 정작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지식'을 넘어 '배경지식'을 알아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돌고래의 꿈' 부분에서 저자는 공기 호흡을 하는 돌고래가 어떻게 바다 속에서 잠을 자고 꿈을 꾸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돌고래는 깨어있는 채로 잠을 잔다'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물론, 모르고 있어서 해가 될 지식들 보다 알아서 좋을 지식들이다. 하지만, 베르나르는 이러한 새로운 사실들로 발상을 전환하게 만들고 상상을 자극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미 베르나르의 작품을 많이 접해본 독자들은 작품 속 아이디어를 또 한 번 만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베르나르는 단편에 사용한 주제와 소재를 많이 인용했다. 실제로 본 기자는 '사랑을 검으로 삼고 유머를 방패로 삼으라'라는 문구가 맘에 들어 메모장에 적었는데, 알고보니 '파라다이스'에 수록된 단편 '농담이 태어나는 곳'에 나오는 소재라고 한다.
책이야? 사전이야? 본 기자는 상상력사전을 여러 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단편적 지식이 아닌 그 뒤에 숨은 배경지식까지 알 수 있는 이야기 여러 편을 읽는 느낌이다. 방대한 양(629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지루하지 않다. 지하철, 버스 등으로 짧은 시간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은 리디북스에서 6,65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윤리연(yoolii@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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