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AUNCH 2013]글로벌 금융계의 대부가 말하는 ‘혁신’이란?

입력 2013-05-03 17: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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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스타트업 및 테크 컨퍼런스 '비런치 2013(beLAUNCH 2013)'이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5월 1일부터 3일까지 스타트업 지원 전문기업인 beSUCCESS 주최로 열렸다. 비런치 2013은 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뉴욕, 유럽, 아시아 등 국내외 스타트업 및 테크 분야 종사자 1,500여 명이 참여하며, 올해가 2회째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지의 창업가와 투자자, IT 전문가들이 강연을 통해 국내외 IT 소식과 스타트업 업계 소식을 전달했다. 또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해 글로벌 진출 전략과 창업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2일 행사에서 실리콘밸리뱅크스 켄 윌콕스(Ken Wilcox) 회장은 ‘아시아 경제를 움직이는 혁신과 스타트업의 힘’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약 30년 동안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일을 해 왔다. 실리콘밸리뱅크스는 미국에 있는 8,000여 개 은행 중 50번째로 큰 은행이며,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의 10대 은행에 속한다.

이날 켄 윌콕스 회장은 약 30여 년 동안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깨달은 혁신의 법칙을 소개하고,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및 은행들을 대상으로 조언을 남겼다.


혁신이란 전 세계적인 가치, 혁신의 창조자는 스타트업


켄 윌콕스 회장은 “혁신이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된다. 최고의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면 전 세계를 염두에 둔 서비스나 제품을 기획하라”고 말했다. 가령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혁신이란 국가별로 나눠져 있지 않다. 반면 단순히 국내 시장만을 공략한다면 혁신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

혁신이란 전 세계를 아우르는 만큼, 각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그 어느 나라라도 한 나라 안에서만 시도를 하면 좋은 결과를 빨리 내기가 어렵다. 따라서 세계 각지의 다양한 혁신가들을 초청해 협업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개 혁신은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진행 속도도 더 빠르다”고 말했다. 물론 대기업도 혁신적인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내곤 한다. 다만 그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혁신을 내는 경우를 살펴보면 해당 기업이 작은 경우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상황에서 혜택을 보고 있을 경우,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습성을 갖는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혁신 의식을 잊어버린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타트업이 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 스타트업에 들이는 GDP는 얼마 되지 않지만, 스타트업들은 미국 전체 GDP의 16%를 기여하고 있다. 그는 “그래서 스타트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가들에게 “자기 자본과 타인 자본을 적절히 조합하라”고 충고했다. 자기 자본이란 상환 의무가 없는 자본으로 벤처캐피탈이 제공하는 자금을 예로 들 수 있다. 타인 자본은 상환 의무가 있는 자본으로 은행 대출이 대표적이다. 자기 자본 또는 타인 자본 한쪽에만 집중하면 안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만약 자기 자본 투자만 받을 경우, 자기 자본을 제공하는 벤처캐피탈에 절반 가량의 주식을 넘겨주게 된다. 한편 타인 자본만 받는다면 스타트업에 대출해 줄 은행을 찾기가 어려운데다, 많은 돈을 주는 은행도 없을 것이다. 만약 많은 돈을 빌려준다는 은행을 찾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독촉 전화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이들에게는 “어떤 기업에 자금을 조달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라. 스타트업 투자를 원한다면 관련 지식을 많이 쌓고, 이 일에만 몰두해야 한다”고 전했다. 물론 어느 스타트업이 경제에 얼마나 기여할지 미리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도 없는데다 투자에는 큰 비용이 든다.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문제해결방식을 강구하는 기업을 찾고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는 이어 “이는 정부가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할 일이란, 합리적인 세제 시스템이나 견고한 법률 체계 등을 갖추어 기업가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다 정치적인 이유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은행이 함께 균형을 이루고 협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아닌 세 꼭지점이 중추를 이뤘을 때 창의적인 긴장감이 유지되고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지난 32년 간 벤처 투자 업계에 몸 담으며 깨달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리콘밸리뱅크스의 사례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은행과 벤처캐피탈에 조언을 남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당연한 말 같지만 쉽지 않다) 열심히 일하라
2. 조직의 일원들이 모두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한 가지 목표란 기업가의 성공을 돕는다는 일면이다. 보너스 등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다
3. 규율보다는 자율을 추구하라. 규율이 있으면 편리한 것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는 가정을 하다 보니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
4. 실질적인 리스크에 초점을 맞춰라. 많은 은행들이 스타트업 투자 시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합리적인 투자에 방해가 된다
5. 은행 자신보다 고객을 더 많이 생각하라. 그랬을 때 고객이 만족할 수 있으며 고객들도 더욱 열심히 대출 상환을 할 것이다
6. 고객과 자주 연락하라.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일은 로맨스와 같다. 마치 연애를 하듯이 지속적으로 부드럽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 강압적인 채권자와 같은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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