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People]구자준 “이변 많아야 V리그 흥행…뻔한 경기, 누가 봅니까?”

입력 2013-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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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준 한국배구연맹(KOVO) 4대 총재가 취임 6개월 만에 표류하던 드림식스의 새 주인과 제 7구단 창단을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새 시즌 V리그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내세웠다. 김종원 기자|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구자준 KOVO 총재

2012∼2013시즌 프로배구 V리그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시장이 커졌다. 숙제였던 드림식스의 새 주인이 2년 만에 결정됐다. 제7구단도 창단됐다. 9시즌을 거치면서 겨울스포츠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시청률, 관중, 광고주 선호도 등 다양한 지표에서 드러났다. 한동안 표류하던 한국배구연맹(KOVO)의 제4대 총재로 취임한지 약 6개월. 구자준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회장은 KOVO를 성장의 발판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질적 향상을 목표로 삼아 불합리한 규정을 바꾸고 경기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다.구 총재로부터 V리그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들었다. 인터뷰는 4월30일 서울 강남의 LIG손해보험 회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돕고 싶었던 러시앤캐시 창단 결실
이사회 멤버 협조 잘해줘 일사천리

강팀이 자주 져야 팬들 관심 더 생겨
전력불균형 해소·라이벌전 늘려야

시즌 관중 50만 넘어야 연고제 정착
배구 유망주 육성 적극적 도움 줄것



-짧은 재임기간에 드림식스의 새 주인을 정하고 제7구단까지 창단시켰습니다.

“현재 고교 대학 팀의 수로 봤을 때 V리그는 남녀 6개 구단 체제가 적합합니다. 고교 대학팀이 더 생기고 경기의 수준과 선수의 기량이 올라간 뒤 7,8구단이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제7구단을 만들고 고교, 대학을 압박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현재 8개 대학팀이 있습니다. 선수가 모자랍니다. 2013∼2014시즌 러시앤캐시가 출범하지만 어느 정도 할지, 경기의 질이 만족스러울지 걱정도 됩니다. 프로야구의 NC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러시앤캐시는 대부업체라는 점 때문에 창단이 쉬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사회 멤버들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내가 일하기 좋게 협조도 잘 해주고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잘 들어줍니다. 이번에 신생구단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이사회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결정했습니다. 러시앤캐시는 진심으로 창단이 잘 되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내 진심을 어떻게 받아 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2012∼2013시즌 KEPCO와 KGC인삼공사처럼 전력불균형이 심해져 한 팀이 대책 없는 연패를 하면 관중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가지고 계신지요.

“이 부분은 KOVO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신생구단과 하위 팀에 혜택을 주고 싶지만 상위팀의 반발이 심합니다. 프로배구의 발전을 위해서 뜻을 같이 해줬으면 합니다. 우리 가족도 어떤 경기에 가자고 했더니 뻔히 누가 이길 경기인데 안 간다고 했습니다. 예전 GS칼텍스가 9연속 우승을 했을 때 관중이 많았던가요. 강팀이 자주 져야 합니다. 그래야 팬들의 관심이 생깁니다. 프로배구가 관중의 인기를 더 누리기 위해서는 경기마다 빼어난 기량으로 관중의 호평을 받아야 합니다. 더비전, 라이벌 등 이런 의식이 있어야 성공합니다. 야구의 LG-두산, 롯데-해태 LG-해태 같은 라이벌이 있어야 성공한다고 봅니다.”


-프로농구도 마찬가지지만 외국인 선수 도입에 따른 문제점도 보입니다.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큽니다. 야구나 축구는 프로화가 되고 용병을 도입해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늘었는데 배구는 반대가 됐습니다. 국제대회 경쟁력이 더 떨어졌습니다.

“용병에 대한 운영이 미숙해서라고 봅니다. 일본 터키 러시아 브라질도 용병을 씁니다. 자기 선수들도 좋고 많지만 용병을 쓰는 이유는 있습니다. 더 좋은 선수를 통해 실력을 늘리는 거죠. 우리 배구는 용병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큽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 오면 실력이 엄청 늘거나 아니면 지겨워서 못하겠다고 떠나는 식입니다. 일본은 한 팀에 용병이 오면 3∼4시즌은 같이 한다고 합니다. 잘 뛸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승리에 대한 부담감도 나눠줘야 합니다. 이기려고 하는 배구 때문에 생긴 우리만의 현상으로 봅니다.”


-다행히 V리그는 관중과 광고주의 선호도, TV시청률 등 여러 지수들이 상승세입니다. 대신 지역연고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고 규정이나 인프라 등 프로스포츠의 후발주자로서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평입니다.

“아직 시즌 관중이 40만 명을 넘지 못했습니다. 100만 명은 넘어야 지역연고가 정착될 것으로 보는데, 현재의 경기 일정이나 경기장 규모로 봤을 때 100만 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50만 명을 넘어가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좌석 점유율을 더 높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팀간 전력의 균형도 맞아야 합니다. 4000석 규모의 장충체육관이 2014년부터 사용 가능하고 인천도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새로운 경기장에서 더 많은 팬이 경기를 관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2013∼2014시즌이면 프로배구가 10시즌이 됩니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도 함께 발전해야 미래의 10년에 대한 비전도 세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제도를 정비하려고 합니다. 과감한 FA를 통해 선수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경기를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만일 가빈과 레오가 맞대결을 하면 많은 팬들이 그 경기를 보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를 막는 규정은 고칠 생각입니다. 심판이나 선수에 대한 처우도 현실화해서 좀더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이벤트도 구상하고 있으신지.

“실무자들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레전드급 스타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측과 이에 대한 협의를 진행시키려고 합니다.”


-미래 우리 배구에 대한 현장의 걱정이 많습니다. 유망주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요.

“골프를 보세요. 박세리가 나오면서 세리 키즈가 생겼고, 요즘은 최나연 박인비 키즈도 나온답니다. 박태환, 김연아, 손연재 같은 대표적인 선수들이 나오면 많은 어린이들이 그 스타를 꿈꾸며 그 스포츠에 뛰어듭니다. 배구에도 그런 롤 모델이 필요한데 우리 프로배구에서는 아직 내세울 슈퍼스타가 없습니다. 김연경 한 명이 겨우 나왔습니다.”


-유소년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한배구협회와 협의를 해야겠지만 돈과 조직 인기를 갖춘 KOVO가 아무래도 앞장서야 할 텐데요.

“유소년 지원은 우리가 주체로서 직접 할 수는 없습니다. 방법은 고민해봐야 합니다. 선수들의 기초가 탄탄해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프로에 와서 기초를 잡고 있습니다. 이번 한일탑매치에서도 그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왜 우리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처럼 못하냐고 물었더니 어렸을 때 그렇게 훈련을 못 시켰다고 합니다. 배구 유망주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우고 실력을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여건이 조성되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생각입니다.”


-프로배구도 해를 거듭하면서 은퇴선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배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할 텐데요.

“프로출신 가운데 은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판이나 유소년 지도자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재로 취임하시면서 임기는 전임 총재의 잔여임기만 하신다고 했습니다. 미래의 이야기지만 KOVO 총재직에서 물러난 뒤 팬들이나 배구인들이 어떤 총재로 평가해줬으면 하시는지.

“배구 역사에 뭔가 한 줄을 남겼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여한 없이 하고 남들이 못한다고 물러나라고 할 때 미련 없이 물러날 것입니다. 총재는 유명한 사람보다는 배구 발전을 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바람직하지 않죠.”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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