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거지, 이렇게 부유한 ‘거지’ 보셨나요?

입력 2013-06-13 14: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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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지지만, 진짜 거지는 아니에요.”

머지않아 ‘거지같다’라는 말에 새로운 뜻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충분히 감성적인 사람이나 순간’에 그 말을 은유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 사람, 가수 김거지(본명 김정균·28) 때문이다. 김거지는 ‘외로움’을 노래한다. 그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외로움에 부드러운 목소리와 투박한 듯 정갈한 멜로디를 입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저는 늘 외로움에 주목하고 있어요. 사랑에서 비롯된 감정의 외로움부터 막연한 인간 본연의 외로움까지. 음악이라는 장치로 대중들과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가 독특한 이름으로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음악을 고집하는 이유는 관심을 끌거나 사람들의 눈에 튀고 싶어서는 아니다. 바로 ‘자유’ 때문이다. 그에게 음악은 외로움을 배설하는 창구이자 근본적인 자유이며, 자유는 곧 그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다. “음악을 굉장히 늦은 25세에 시작한 것이 콤플렉스”라는 그는 음악에 한없이 배고픈 ‘거지’였다.

“대학교에 다닐 때까지도 마음대로 음악을 할 수 없었어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굴레가 있었죠. 김거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를 위한 궁극의 활동이 곧 음악이에요.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하듯 음악을 통해 나의 말들을 들려주고 싶어요. 내 노래가 울려 퍼지게 하는 이유도 더 많은 사람이 내 말에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그는 “이름에서 풍기는 ‘길거리 뮤지션’이라는 느낌이 좋아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며 “대중이 나를 보고 ‘왜 저 가수의 이름이 김거지일까’라고 궁금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길거리 버스킹은 언제나 낯설고 황홀하다”며 앞으로도 버스킹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버스킹이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얻기 위해 음악을 들려주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요즘은 홍대 등에서 펼쳐지는 뮤지션들의 길거리 공연 등을 의미한다.

그런 가수 김거지는 2011년 제2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그는 음악 관계자 및 팬들의 기대 속에 2012년 5월 첫 번째 미니앨범 ‘밥줄’을 공개했다. 그의 앨범은 그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돼 왔다.

그로부터 얼마 후 김거지는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라이브 싱어송라이터 가수를 키우고 싶어했던 소속사와 둥지가 필요했던 김거지가 극적으로 ‘가족’이 됐다.


그러면서 김거지는 지난 5월 말, 소속사 계약 후 처음으로 그의 통산 두 번째 미니앨범인 ‘구두쇠’를 발매했다. ‘밥줄’(음악)로부터 ‘구두쇠’처럼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한 이 앨범은 “음악에 내 모든 것을 거침없이 탕진하겠다”는 김거지의 포부가 담겨있다.

“사람들과 만나면 수다를 떨고 싶잖아요. 그런 제 마음과 이야기들을 담았어요. 앨범에 담긴 곡으로 농담과 진담을 오가며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노래들이죠.”

그는 앨범의 담긴 ‘때’, ‘성에’ 등 총 5트랙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세상에 그가 하고 싶던 이야기들이다. 그는 자신의 전곡을 작사 작곡하는 것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故 박완서 소설가가 ‘자기는 기억의 다발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처럼 저도 경험해 본 것들을 기록하고 감정의 모티브를 조합해 곡을 만들어요. 모티브는 즐거운 마음에서 나오지만 창작하는 과정은 굉장한 고민의 시간 끝에 얻는 고통인 것 같아요.”

그는 이러한 행복한 과정을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지속하고 싶어 했다. 자신의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대중과 공유하며 그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했다.

“대중들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고 싶어요.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죠. 그러다 때로는 ‘미친 사람이 돼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돌연변이처럼 궁금한 사람이 돼야 잊혀지지 않잖아요. 그러한 매력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김거지는 시간이 지나도 거리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런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멜로디와 함께 전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팬들의 곁에서 노래할 김거지의 넉넉한 음악 인생을 기대해 보자.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산타뮤직, 인넥스트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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