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한일전...비보이 베로 아시아챔프 좌절

입력 2013-10-13 14:14:25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보다 더 아쉬울 수는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보이 베로(VERO·장지광)가 일본의 벽에 막혀 세계챔피언을 가리는 ‘레드불 비씨 원 2013 월드 파이널’에 초대받지 못했다.

베로는 12일 일본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 특설무대에서 열린 ‘레드불 비씨 원 아시아-태평양 파이널’ 결승에서 일본의 노리(NORI)에 4-1로 져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레드불 비씨 원’은 일대일 배틀 방식을 고수하는 비보이 국제대회로 세계 4대 비보이 대회중의 하나다. 이번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레드불 비씨 원 아시아-태평양 파이널’은 아시아 오세아니아 사이퍼(지역예선) 챔피언과 와일드카드 출전자 등 16명이 녹다운 방식으로 겨루는 대회로 챔피언 한 명만이 오는 11월30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월드파이널에 참가할 자격을 준다.

이로써 한국은 오는 10월29일 발표되는 와일드카드 2장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다만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레드불 비씨 원 2013 월드파이널’은 10주년을 기념해 올스타인 역대 대회 우승자들과 월드파이널 진출자들이 모두 참가해 최고수를 가리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한국의 역대 우승자인 홍텐(HONG 10·김홍열·2006 브라질대회 우승)과 윙(WING·김헌우·2008 프랑스대회 우승) 등 2명은 올스타 자격으로 월드파이널에 출전하게 된다.


● 비보이 한-일전 “실력에서 이겼지만 방심해서 졌다”

비보이의 열기는 뜨거웠다. 대회가 열린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 특설무대엔 대회 시작 두 시간 전부터 힙합전사와 관객 등 600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힙합을 상징하는 모자를 쓰고 경기 내내 비트에 맞춰 목을 흔들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관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띠었다.

이번 대회의 열기를 느끼기 위해 열차로 1시간 30분을 타고 왔다는 메구미(42) 씨는 “아들과 딸이 힙합에 빠졌다. 2년 정도 힙합댄스를 가르쳤다. 타이스케는 우리 아들 딸들의 우상이다”라며 “온 가족이 함께 이번 대회를 구경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온 마사키 키구레(30) 씨는 “나도 비보이 출신이다. 도쿄에서 열린 사이퍼도 봤다”며 경기 도중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다. 마사키 씨에 따르면 일본의 비보이 인구는 급증세를 타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비보이를 알고 즐기는 인구를 대략 80만 명이라고 밝혔다. 모든 스트리트 댄서를 포함하면 400만 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일본의 비보이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날 대회에 한국은 서울대회 챔피언 베로와 부산대회 우승자인 쇼티 포스(SHORTY FORCE·한상호), 와일드카드 초청자 킬(KILL·박인수) 등 3명이 출전했다. 일본 또한 지역예선 챔피언 노리와 ‘배틀 오브 더 이어 2012’ 챔피언 타이스케, 일본 비보이계의 희망 이세이 등 3명이 지역결선에 진출했다.

‘아시아-태평양 파이널’은 애초부터 한일전이었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의 비보이 수준은 다른 국가들보다 한수 위였다.

쇼티 포스는 첫 상대인 스로위즈(베트남)를 4-1로 가볍게 누르고 이어 준결승에서도 태국의 첸노를 4-1의 압도적 차이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베로 역시 세틀(호주)과 이세이(일본)를 제치고 4강에 합류했다. 그러나 1차전에서 세틀(호주)을 심판 만장일치로 꺾은 킬은 준결승에서 일본 챔피언 노리에게 일격을 당해 도중하차해야만 했다.

결승길목의 준결승은 운명의 장난이었다. 한국은 쇼티 포스와 베로가 맞붙었고 일본 또한 타이스케와 노리가 배틀을 벌여 ‘내전’을 치러야만 했다.

결국 정상에선 한국의 베로와 일본의 노리가 배틀을 벌였다. 3번의 무브로 챔프를 결정짓는 최종 대결서 노리는 기본기와 파워무브로 승부수를 띄웠다. 순간순간 비트에 맞춰 즉흥댄스로 응수한 베로는 지나치게 상대를 의식하다 페이스를 잃어 노리에게 챔피언의 자리를 헌납해야만 했다.

이날 심사를 맡은 디퍼(DIFFER·김기현)는 “베로는 세계적인 선수다. 특히 프리스타일에 강한 선수다. 좋은 기술들을 결승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리는 음악에 맞게 기술을 잘 표현해 흐름을 탄 게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라고 평했다.

경기 후 베로는 “원래 프리스타일인데 큰 경기라서 안무를 짜고 나온 게 화근이었다. 잠시 방심했다가 상대에게 말린 듯 하다”며 아쉬워했다.
● 11월30일 ‘레드불 비씨 원 2013 월드파이널’의 왕관은 누가
비보이 중의 역대 최고 비보이는 누구냐.

오는 11월30일 서울서 열리는 ‘레브불 비씨 원 2013 월드파이널’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레드불 비씨 원은 브레이크댄스 태동 당시의 일대일 배틀 방식을 고수하는 유일한 비보이 국제대회다. 영국의 ‘UK 비보이 챔피언십’과 독일의 ‘배틀 오브 더 이어’, 미국의 ‘프리스타일 세션’과 함께 세계 4대 비보이 대회 중의 하나다. 특히 다른 대회가 팀(크루)간의 대결인데 비해 ‘레드불 비씨 원’은 개인별 녹다운 배틀로 최고의 비보이를 가리는 독특한 대회다.

심사위원들은 3명 혹은 5명으로 구성되며 음악성과 무브의 다양성 및 테크닉 난이도 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며 다수의 득표자가 승리하게 된다.

올해의 대회는 특별하다. 이번 대회는 10주년을 기념해 월드파이널 진출자는 물론 역대 대회 우승자들도 모두 참가해 비보이계의 최고수(THE ONE)를 가리게 된다. 8명의 역대 우승자와 지역 챔피언 6명, 그리고 와일드카드 2명 등 모두 16명이 배틀을 펼칠 예정이다.

올스타로 참가하는 역대 우승자는 오마르(미국·2004 스위스대회 우승), 릴로우(프랑스·2005 독일대회, 2009 미국대회 우승), 홍텐(한국·2006 브라질대회 우승), 로니(미국·2007 남아공대회 우승), 윙(한국·2008 프랑스대회 우승), 네구인(브라질·2010 일본대회 우승), 록스라이트(미국·2011 러시아대회 우승), 마우니르(프랑스·2012 브라질대회 우승) 등 8명이다.

지역 챔피언으로는 알렉스(콜롬비아·라틴아메리카 우승) 그래비티(미국·북아메리카 우승),릴 주(모로코·중동-아프리카 우승), 프로즈(이탈리아·서유럽 우승), 로빈(우크라이나·동유럽 우승), 노리(일본·아시아 태평양 우승) 등 6명이며 와일드카드 2명은 10월29일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레드불 비씨 원 월드파이널’은 2004년 스위스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지역을 바꿔가며 개최하고 있다.

후쿠오카(일본) l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