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재가 출연작인 ‘관상’의 출연료 5000만원을 자진 삭감해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속 수양대군을 연기한 이정재의 모습. 사진제공|주피터필름
‘멀티캐스팅’ 제작비 난항에 먼저 양보
‘몸값=자존심’ 깬 작품 위한 선택 화제
이유가 있는 전성기다.
배우 이정재가 지난해 ‘도둑들’로 시작해 올해까지 주연영화를 잇따라 흥행에 성공시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몸값’을 곧 자존심으로 여기는 여느 톱스타급 배우들과 달리 이정재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위해 선뜻 거액의 출연료를 자진 삭감했다.
이정재는 9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관상’에 참여하며 출연료 5000만원을 스스로 낮췄다.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당시 제작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먼저 출연료를 줄이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에야 알려지며 영화계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관상’을 포함해 최근 톱스타급 배우들 여럿이 출연하는 이른바 ‘멀티캐스팅 영화’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제작비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 같은 작품들 가운데서 주연급 배우가 먼저 출연료를 양보한 건 이정재가 유일하다.
13일 영화계 한 관계자는 “상업영화의 주연배우가 스스로 출연료를 낮추는 일은 거의 없다”며 “배우의 고액 출연료 때문에 간혹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영화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정재의 선택은 돋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이정재는 조선시대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사건인 계유정란을 배경으로 한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송강호, 김혜수, 이종석, 조정석 등이 출연한 영화 속에서 이정재는 자신의 몸에 딱 맞는 듯한 캐릭터 연기로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돈보다 작품을 먼저 보는 이정재의 행보는 ‘흥행’과 ‘러브콜’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도둑들’ ‘신세계’ ‘관상’까지 3연속 흥행에 성공한 이정재는 현재 액션영화 ‘빅매치’를 비롯해 ‘무뢰한’ ‘신세계2’ 등 세 편의 영화 출연을 앞두고 있다.
이정재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제2의 전성기를 새롭게 맞고 있다. 거기에는 자존심보다도 작품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선구안’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