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파문] 115만명 카드 재발급·해지·정지…집단 소송 움직임도

입력 2014-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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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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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 ‘뱅크런·카드런’ 사태 우려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개인정보 유출
잇단 금융 사고로 신뢰 바닥…고객들 분통
3사 대표·경영진 등 일제히 사퇴 표명 불구
고객 정보유출 관련 솜방망이 처벌 도마에


“이게 한 두 번입니까? 정말 불안하고 짜증나서 못살겠어요.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돈과 관련된 금융·카드사에서 툭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되다니 말이 됩니까? 하도 열 받아서 카드를 해지해 버렸습니다.”

회사원 Y(51) 씨는 21일 오전 NH농협은행에 카드 해지신청을 냈다. 지난해 전산망 마비 사고에 이어 이번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난 은행에 대한 불신이 대단했다. 해당 은행의 창구직원도 미안했던지 연신 “죄송하다”는 말 밖에 안했다고 했다.

주부 L(50) 씨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카드회사에 정보유출 피해를 조회하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봤지만 접속이 되지 않았다”며 “전화를 해도 자동음성안내와 콜센터가 불통됐다”며 불안해했다.


● 고객들이 뿔났다…최소 115만명 카드 재발급-해지 요청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의 ‘행동’이 본격 시작됐다. 연이은 사고에 뿔난 고객들이 해당 카드사나 은행을 떠나고 있는 것. 53만여명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은행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손해배상 집단소송도 제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의 당사자인 KB국민·롯데·NH농협카드에 카드 재발급이나 해지를 요청한 고객이 21일 정오 현재 약 115만여명에 달했다. 해지요청이 53만2000명, 재발급 요청이 61만6000명 이었다. 특히 지난해 전산망 마비사태로 물의를 일으켰던 NH농협에는 카드를 해지하는 고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용진 변호사(50·법무법인 조율)등 100여 명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3개사를 상대로 20일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냈다.

신 변호사는 “관리주체인 카드사들이 제3자로 하여금 쉽게 고객정보를 빼가게 했다”며 “카드사의 불법 행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 잇단 금융사고로 신뢰 바닥…일부선 뱅크런-카드런 우려도

이 같은 고객들의 행동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잇단 금융사고로 금융권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도쿄지점 비자금 사건과 국민주택기금채권 위조-횡령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NH농협도 지난해 전산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신뢰에 금이 간지 오래다.

한 고객은 “아예 카드는 물론 계좌도 빼고 싶다. 금고라도 사 집에 보관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에선 이번 사태가 대규모 예금인출로 이어지는 뱅크런이나 카드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본점 직원의 대규모 횡령사건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연말에만 약 2조원의 예금이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 “사고치고 사표내면 다냐?” 사장들 사표에도 곱지 않은 시선

단군이후 최대 금융정보 유출에 연루된 경영진들의 잇따른 사퇴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에 연루된 KB금융그룹·롯데카드·NH농협카드의 대표와 경영진이 일제히 사퇴의사를 밝혔고 21일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내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객들은 “사고치고 사표만 내면 다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확실한 재발방지대책 없이 ‘사표’라는 카드로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많다.

또 금융회사의 고객 정보유출과 관련한 솜방망이 처벌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삼성카드에서 내부직원을 통해 고객정보 47만여 건이 유출된 사건의 경우 기관주의와 과태료 600만원, 임원 경고에 그쳤다. 또 같은 해 현대캐피탈에서 175만여건이 외부 해킹에 의해서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건도 기관경고와 임원 주의적 경고 2명 등 가벼운 처벌로 막을 내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감독 규정을 바꿔 제재의 최고 한도를 높이고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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