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기후 적응 등은 소득”
“선수 차출 목적의식 부족”
홍명보호는 3주 간의 동계 강화훈련을 진행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운영규정 제10조(훈련보강기간)에 의거한 것으로, ‘남자의 경우, 월드컵-올림픽-20세 이하(U-20) 월드컵 본선이 열릴 해의 1∼2월 중 3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별도의 훈련 보강 기간을 가질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그런데 이 훈련을 놓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특히 비용 대비 효과를 놓고 축구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축구협회는 브라질-미국으로 이어진 올해 강화훈련 기간 10억 원에 달하는 많은 돈을 쓴 것으로 알려진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할 때도 그해 1월 남아공과 스페인을 오가며 7∼8억 원의 비용을 썼다.
사실 축구협회가 1∼2월을 훈련기간으로 삼은 건 이 때가 K리그 일정과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도 아니라 대표팀 차출을 강제할 수 없어 해외파를 제외한 채 국내 선수들을 위주로 훈련을 떠났다.
하지만 대표팀 구성이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정예가 아니라는 점, 선수들 대부분이 휴식기를 갓 끝낸 터라 컨디션이 저조했다는 사실 등으로 “대표팀에서 몸을 만들려면 굳이 강화훈련을 떠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핵심 요원들을 대표팀에 내준 구단들의 불만도 반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 축구인은 “선수를 뽑았으면 다양한 실험과 동등한 기회를 부여했어야 하는데, 목적의식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모 구단 관계자도 “무분별한 대표팀 선발이 선수 몸값을 부풀릴 뿐 아니라 팀도 제대로 훈련할 수 없다”며 푸념했다.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월드컵 본선 시뮬레이션‘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다. 대표팀이 여장을 푼 이구아수는 본선 때 베이스캠프가 차려질 장소다. 선수들이 같은 숙소에서 미리 생활하며 월드컵 분위기를 경험한 건 나쁘지 않았다. 선수단뿐 아니라 대표팀 스태프도 동선 확보와 음식 공수 등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사전 점검을 할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도 이구아수 훈련을 마친 뒤 “시뮬레이션이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더욱이 타이트한 일정 속에 전혀 다른 기후(LA, 샌안토니오)를 오간 것도 본선에선 큰 자산이다. 한국이 브라질에서 오갈 이구아수-쿠이아바-포르투 알레그리-상파울루의 기후는 제각각이다. 전력 강화라는 기대는 충족할 수 없었어도 경험이란 예방접종은 무난히 이뤄졌다.
남장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