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뎀에서도 케이팝을 향한 반응은 뜨거웠다. 그룹 다이나믹 듀오와 빅스는 행사가 한창이던 2일(한국시간) 미뎀 컨퍼런스에서 유럽 매체 및 팬들을 만났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佛 장관 “케이팝은 전세계인의 콘텐츠”
핀란드선 10년 만에 아이돌 그룹 탄생
유럽시장 침체…케이팝과 윈-윈 전략
음악업체들, 한국 기획사 상담 ‘줄서기’
3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케이팝 쇼케이스 ‘케이팝 나이트 아웃’이 열린 프랑스 칸 해변의 매직미러 공연장을 오렐리 필리페티 프랑스 문화장관이 찾았다. 빅스, 다이나믹듀오 등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흥미롭게 지켜본 필리페티 장관은 “케이팝은 지금 전 세계인의 관심 콘텐츠다. 프랑스 음악계도 케이팝의 세계화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 한다”고 말했다.
칸에서 만난 핀란드의 음악회사 ‘엘리먼츠 뮤직’의 토미 투오마이넨 대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케이팝 걸그룹의 매력에 반해 얼마 전 이를 벤치마킹한 걸그룹을 데뷔시켰다. 17∼18세로 이뤄졌고, 6개월 트레이닝시켰다. 핀란드에서 아이돌 그룹이 탄생한 건 10년 만에 처음일 것이다.”
아이돌 그룹 빅스의 히트곡 ‘다칠 준비가 돼 있어’의 공동작곡가인 영국의 리키 핸리는 빅스의 미뎀 참가 소식을 듣고 프랑스로 날아왔다. 2일 열린 빅스와 다이나믹듀오의 케이팝 컨퍼런스에 찾아와 멤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핸리는 “빅스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가수와 작업했다. 내가 케이팝 그룹의 작곡가라는 사실이 영국에 알려지면서 유명해졌고, 요즘엔 곡 의뢰도 많이 받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 유럽 작곡가, 케이팝 맞춤형 곡으로 세일즈
4일 막을 내린 ‘미뎀 2014’는 케이팝을 향한 세계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체감할 수 있게 했다. 유럽 작곡가들이 케이팝 맞춤형 곡을 만들어 한국 기획사의 호감을 사기 위해 애쓰는, “마음대로 수정해도 좋다”며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선 모습은 케이팝에 대한 해외의 관심을 단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올해 미뎀에는 미스틱89, 아메바컬쳐,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하이파이브 등 약 40개 업체가 참가했다. 다양한 음악 공급원을 원활히 확보하기 위함이다. 올해 처음 미뎀을 찾은 씨스타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는 케이팝의 위상을 실감했다. 그는 “이탈리아 프로듀서는 씨스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을 위해 작곡했다며 노래를 들려줬는데 신선하면서도 멜로디가 우리 정서와 잘 맞아 매우 흥미로웠다”면서 “케이팝 맞춤형 곡을 써온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케이팝 쇼케이스 규모가 커지기도 했다. 지난해 처음 진행된 ‘케이팝 나이트 아웃’에는 타이거JK, 윤미래, 비지의 그룹 MFBTY만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다이나믹듀오, 빅스, 레이시오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 각기 다른 장르의 4개팀이 참가했다.
영국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음악업체들은 한국 기획사들과 상담하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리키 핸리처럼 케이팝 가수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려는 목적이다. 미뎀 한국사무소 서니 김 대표는 “작년에 비해 한국 기획사들의 상담건수가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 “케이팝은 불황의 탈출구이자 매력적 문화”
이런 상황은 유럽 음악산업의 전반적인 침체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유럽 음반시장이 붕괴하면서 현지 음악회사들 사이에서 “케이팝이 불황의 탈출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국 업체와 손을 잡으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뎀을 찾은 한국 관계자들은 “갑과 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성시경, 빅스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는 “유럽 작곡가들이 케이팝 자체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적 멜로디의 발라드는 물론 전혀 글로벌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가요까지 매우 세세히 알고 좋아하는 걸 보면서 케이팝이 매력적인 문화란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핀란드 정부 산하 음악산업 지원·육성기구 ‘뮤직핀란드’의 새미 하이키오 국제총괄 담당자는 “케이팝은 리듬과 사운드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서 “한국은 세계적인 전자제품과 모바일 기술 같은 걸 떠올리지 않아도 상당히 매력적인 나라다. 특히 열정적이고 잠재력이 대단한 음악 아티스트가 많다”고 말했다.
케이팝 쇼케이스 ‘케이팝 나이트 아웃’을 주관한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중문화산업실 정경미 실장은 “올해 미뎀의 케이팝 쇼케이스가 장르의 다양성을 확보했듯 유럽, 남미, 오세아니아 등 페스티벌·쇼케이스 지원 사업 지역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