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초대감독 백인천 이후 8년새 10번 바뀌어
2002년 김성근감독 경질 후 현재까지 7번 교체
LG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라고도 불린다.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최고 인기구단답게 누구나 한번쯤은 LG 감독 자리를 탐낼 만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는 의미다. 그룹 최고위층부터 야구단에 관심이 지대한 데다 팬들도 열성적이어서 스트레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LG는 전신인 MBC 청룡 시절부터 ‘감독 잔혹사’가 이어진 팀이었다. 1982년 서울을 연고로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출발한 MBC는 1989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감독과 감독대행이 수시로 바뀌었다. 1982년 1월 21일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백인천 감독이 1989년 11월 다시 감독으로 돌아오기까지 지휘봉이 10차례나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김동엽 감독은 2차례나 감독이 되기도 했고, 유백만 코치와 한동화 코치는 2차례나 감독대행을 맡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유백만 감독대행은 1987년 11월 정식 감독이 됐지만 1시즌 만에 낙마하기도 했다.
MBC 청룡을 인수해 1990년 프로야구에 뛰어든 LG 트윈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MBC와 LG를 통틀어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은 1991년 10월 사령탑에 올라 1996시즌 중도 퇴진한 이광환 감독이 유일할 정도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김성근 감독이 경질된 이후로만 따져도 이광환 감독∼이순철 감독∼양승호 감독대행∼김재박 감독∼박종훈 감독∼김기태 감독∼조계현 감독대행까지 7차례나 감독과 감독대행이 새롭게 들어섰다. 이 중 그나마 임기를 채운 인물은 김재박 감독이 유일하다.
2011년 10월 7일 LG 사령탑에 선임된 김기태 감독은 ‘LG 감독직은 독이 된 성배’라는 말에 “선수들이 해독제를 만들 것이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11년 만에 LG를 가을잔치로 인도해 해독에 성공한 듯했다. 그러나 그도 결국 ‘성배 안에 든 독’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채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23일 스스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