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동이’ 김민정, 여주인공이면서 추수현만큼의 헌신도 없었다

입력 2014-06-25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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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는 일탄이라는 가상도시에서일어난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 갑동이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줄거리와 갑동이의 정체를 둘러싼 시청자와 제작진 간의 추리대결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였던만큼 여자들이 피해자로 설정돼 여배우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던 드라마였다. 범인인 갑동이를 비롯해 그를 쫓는 쪽인 하무염(윤상현), 양철곤(성동일)도 남자 캐릭터들로 이들의 트라우마와 극복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면서 발생한 부수적인 피해였다.

이에 여배우들의 고군분투는 안쓰러웠다. 마지울 역으로 분한 김지원은 마지막까지 갑동이의 카피캣인 류태오(이준)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있다는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지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에서도 빛을 냈어야 할 인물이 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 갑동이 9차 사건의 피해자이자 유일한 목격자인 오마리아 역의 김민정에 대한 이야기다.


김민정은 이 드라마에서 류태오와 두뇌싸움을 벌이는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동시에 갑동이 사건의 피해자로서 시청자들의 연민과 공감을 불러 일으켜야 했다. 공소시효 제도의 모순과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는 온전히 김민정의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했던 것.

이런 막중한 책임을 띈 김민정이었지만 그는 이같은 역할을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과 풀어헤친 헤어 스타일, 그리고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의상으로만 대신했다. 또한, 카피캣 류태오와 진짜 갑동이 차도혁(정인기)을 대면했을 때도 김민정은 드라마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때마다 김민정은 또 피해자가 됐고 큰 눈망울로 눈물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이에 '갑동이'는 대사를 통해 공소시효 제도의 모순과 필요악이라는 사형제도를 직접 언급하기에 이른다.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가 절대 해선 안될 '대사를 통한 교훈전달'이 시작된 것이다.

드라마에 배우가 캐스팅 되는 이유는 시청률을 상승시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극중 캐릭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이 부분이 충족됐을 때 시청률은 알아서 따라오는 법이다.

그래서 발연기는 비난받고 명품 연기자는 시청자들과 언론의 호평을 받는다. 이런 간단한 원리를 데뷔 24년차인 김민정이 모를리가 없는데도 주어진 포지션조차 소화하지 못하고 극중 여경 오영애 역을 맡은 추수현보다도 못한 공헌도를 보여준 것이다.

차라리 추수현은 막판에 비키니 자태를 공개해 갑동이를 알리고 자신의 존재감이라 남겼다. 그에 비하면 '갑동이'라는 드라마 속 김민정의 지분은 실로 안타까운 수준이다. 이준을 비롯해 ‘갑동이’에 출연한 대부분의 배우가 칭찬과 호평을 받았으나,정작 여주인공을 향한 박수는 없었다.

문제는 이런 김민정의 미미한 존재감이 '갑동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영화 '밤의 여왕’에서도 약 2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노출’과 ‘파격 변신’이라는 과감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처참한 흥행스코어였다. 또한, '가문의 영광5'에서도 약 110만 관객을 동원하고 관객들의 혹평을 받았다. "영화는 돈을 주고 보는 것이니 돈이 아깝지 않게 만들었다"던 '밤의 여왕' 개봉 당시 김민정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도대체 '뉴하트' 속 김민정은 어디 갔을까. 김민정의 큰 눈망울에서 떨어지던 눈물에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시기가 다시 오기는 하는 것일까.

이번 '갑동이'의 흥행이 김민정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전 무승부로 인해 가려진 대표팀의 문제점이 알제리전에서 드러났듯이 지금의 김민정에게는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보다 안전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tvN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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