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 강정호 ‘유격수 亞 최다홈런’ 쏜다

입력 2014-08-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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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종범을 넘었다. 넥센 강정호가 4일 잠실 LG전에서 4회 2점홈런을 날리며 시즌 31호 홈런을 기록했다. 1997년 해태 이종범이 작성한 30호를 넘어선 강정호는 프로야구 역사상 유격수 한 시즌 최다홈런의 신천지를 개척했다. 이제 일본프로야구 유격수 시즌 최다홈런 기록인 41호를 정조준한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17년만에 국내 신기록… 이젠 42홈런 위대한 도전

LG전 31호 투런…이종범 30홈런 추월
남은 39경기서 약 14개…45홈런 가능
일본에선 1985년 우노 41홈런이 최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 홈런 숫자가 42개라면 그 보다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일이 있을까요?”

넥센 강정호(27)는 ‘42’라는 숫자를 힘주어 말했다. 42홈런.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단 6명만 이름을 올린 대기록이다. 전 포지션을 통틀어도 40홈런 이상은 10명이 단 13차례 기록했을 뿐이다.

강정호는 왜 42홈런에 방점을 찍었을까. 한국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3년 이승엽이 기록한 56호. 당시 아시아 기록이었던 일본프로야구 왕정치(55홈런)를 뛰어넘은 대기록이다. 그러나 기록은 깨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법. 이승엽이 세운 위대한 기록은 지난해 야쿠르트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60개의 홈런을 담장 밖으로 날리며 또 다른 역사 속으로 묻혔다.

올 시즌 전까지 한국프로야구 유격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은 이종범 현 한화 코치가 1997년 해태 유니폼을 입고 세운 30개였다. 강정호는 4일 잠실 LG전에서 4회 2점홈런을 날리며 시즌 31호를 기록해 마침내 이종범을 밀어내고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다홈런을 날린 유격수로 우뚝 섰다. 이제 8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프로야구의 유격수 시즌 최다홈런 기록인 41개가 성큼 눈앞으로 다가왔다.

강정호는 이날 경기 전 잠실에서 일본프로야구 유격수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처음 알았다. 기자의 ‘1985년 우노 마사루(주니치)가 세운 41홈런이 일본프로야구 유격수 최다 홈런 기록이다’는 말에 강정호는 “처음 알았다”며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 유격수로 40홈런 이상, 41개를 기록한 유격수가 어떤 선수였는지 궁금하다”며 미소 지었다.

우노 마사루는 1984년 37홈런으로 일본프로야구 유격수 사상 처음으로 홈런 1위에 오른 주인공. 강력한 송구능력으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강정호와는 달리 우노는 ‘실책왕’이라는 부끄러운 평가가 따랐다. 강정호는 올 시즌 3할4푼대 타율(0.342)을 기록하고 있지만 우노는 전성기에도 2할 중후반 타율에 그쳤다.

강정호는 “최근 페이스가 좋지만 과연 올 시즌 몇 개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며 “기록이라는 것은 언제나 깨질 수 있고 누군가가 다가갈수록 더 새로운 조명을 받으며 빛나는 것 같다. 42홈런이 목표거나 꼭 뛰어넘겠다는 다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기록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선수로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올 시즌 89경기 만에 31홈런을 기록했다. 산술적으로 한 경기 0.35개의 홈런을 친 셈이다. 이 추세를 이어 간다면 남은 39경기에서 약 14개, 시즌 45호의 홈런도 바라 볼 수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의 말처럼 타격은 세상 모든 스포츠 중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다. 홈런은 더더욱 그렇다. 강정호는 “개인기록보다 팀 순위가 언제나 우선이다. 다만 바람은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성적표 홈런 숫자가 42개였으면 좋겠다. 유격수로, 프로야구 선수로 그보다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 또 있을까”라고 말했다.

‘42’라는 역사의 숫자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강정호. 그는 아시아 프로야구 유격수 최다 홈런왕이라는 큰 산에 오를 수 있을까.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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