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영 “연기? 개그? 허전함 채워주는 건 노래 뿐”

입력 2014-12-1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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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영은 드라마에서 잇달아 코믹한 캐릭터를 맡고 있다. 현재도 코믹한 감초연기를 기대하는 드라마 제작사의 출연 요청이 많다. 손진영은 “웃기는 캐릭터라고 무조건 배제하지 않는다. 앞으로 연기 변신을 할 기회는 계속 올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제공|스타라이더 엔터테인먼트

■ 싱글 ‘한잔하자’로 가수 컴백 손진영

난 아직 번데기…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막 살았지만, 그 경험이 지금 날 만들어
한잔하자…과거 회상하며 만든 자작곡
순수했던 아마추어 시절 느낌으로 노래


2011년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으로 ‘세상’에 나온 손진영은 정체성이 모호한 ‘연예인’이다. 혹자는 그를 가수로 보고, 혹자는 연기자로 여긴다. MBC ‘일밤-진짜사나이’로 손진영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를 개그맨으로 보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를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종합 엔터테이너”라며 웃지만, 손진영은 “여기저기 걸쳐 있는, 뭔가 하고는 있지만 불안정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었다.

“강력하고 확실한 나의 무기가 아직 없어서가 아니겠나. 그러나 난 아직 변태를 겪지 않는 번데기다. 나비일지, 나방일지 아직 모르는 상태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손진영은 정체성은 모호해도 존재감 하나는 묵직했다. 2012년 끝난 64부작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회당 한두 장면에만 출연했을 뿐인데, 시청자들의 뇌리엔 비중 있는 배역이었다. ‘진짜사나이’에서도 ‘아기병사’(박형식) 못지않은 존재감의 ‘구멍병사’였다. ‘위대한 탄생’ 출연 당시에도 객관적 실력은 좋지 않았지만 독특한 아우라로 4위까지 올랐다. 드라마 ‘엄마가 뭐길래’와 ‘7급 공무원’에서도 ‘신 스틸러’였던 그는 이후로도 많은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제안 받을 만큼 ‘튀는 조연’으로 섭외 1순위다.

손진영의 이 같은 저력은 “좌절로 점철됐던” 그리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했던” 과거에서 비롯됐다.

사진제공|스타라이더 엔터테인먼트


초등학생 때부터 고2까지 태권도를 했던 손진영은 “용인대를 졸업해 태권도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불의의 부상으로 태권도를 그만둬야 했고, 일찌감치 세워둔 꿈은 물거품이 됐다. 불확실한 미래로 방황하던 그는 당시 ‘노래방계 스타’였던 연규성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노래가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체감한 그는 노래에 빠져들었다. “잘하지 못해 친구들에게 놀림 받으면서도”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실용음악과 진학’이란 새로운 꿈도 생겼다. 그러나 실패했고, 2지망으로 지원한 연극영화과에 합격했다. 연기라곤 배워본 적이 없었고, 애초 실용음악 지원자였던 터라 그는 연극영화과에서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연기력이 부족해 받던 굴욕은 채찍이 됐고, 1년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2학기 중퇴할 때까지 수석 장학금을 받았다.

그러나 노래를 포기할 수 없어 엠넷 ‘슈퍼스타K’에 2년 연속 출전했지만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무작정 대학로로 갔고, 한 극단의 눈에 들어 연극무대에 올랐다. 연극을 하면서 가수의 꿈은 더욱 커졌고, ‘위대한 탄생’에 출전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게 됐다.

돌아보면 손진영은 ‘맨땅에 헤딩’하며 살아왔다. 기타를 멘 불상의 대학생을 붙잡고 “기타 좀 가르쳐 달라”고 해 기타를 배웠고, 무작정 대학로의 완자무늬 극단을 찾아가 “연극을 하겠다”며 들이댔다. 학교 다니면서, 연극무대에 오르면서도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건축현장 잡일부터 길거리서 전단 나눠주기, 시내버스 좌석에 붙은 광고지 교체 작업, 버스 세차 등이 그것이다. 그는 “처절하게 느낄 수 있는 일들은 다한 것 같다”고 했다.

“내가 가진 건 몸둥아리 하나였다. 운동으로 시작했고, 몸으로 노래했다. 막살아온 것 같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았고, 모든 경험엔 다 의미가 있었다. 그 경험들이 나의 밑바닥을 다지게 해줬다.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인생을 배웠다.”

손진영은 9일 싱글 ‘한잔하자(작은 사진)’를 냈다. 힘들고 지칠 때의 자신을 회상하며 만든 자작곡 ‘한잔하자’에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격려가 담겨 있다.

“지금까지 주어진 대로 살아왔고, 운에 따라 흘러왔다면, 이제는 창조를 해야 하는 시기다. 방송은 나 자신의 소모가 빠른 세계다. 이제 활동 4년차인데, 그간 얻는 것도 있었고, 잃어버린 것도 있었다. 대중에 비친 이미지에 갇히게 되고, 내 에너지가 계속 빠져나가는 것 같을 때,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 건 노래다. 노래를 부르면서 ‘막 살았지만 순수했던’ 아마추어 시절의 느낌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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