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자발적인 홍보에 긍정적 효과
특정 신체부위 악의적 편집은 골치
초상권·저작권·사생활 침해도 빈번
#장면 하나.
최근 걸그룹 EXID가 활동 중단 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차트 역주행’을 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직캠’ 덕분이었다. ‘직캠’은 팬들이 직접 찍은 영상으로, 11월 말 한 팬이 EXID 멤버 하니의 ‘위아래’ 안무 영상(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해당 영상은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후 EXID는 지상파 방송 음악프로그램 등에 잇달아 출연하는 등 인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장면 둘.
1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아이돌 그룹 엑소가 출국하기 위해 출국장에 들어서자 ‘대포 카메라’를 든 수십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대포’를 연상케 하는, 고성능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엑소 멤버들의 모습을 담아내기 바빴다. 이들이 촬영한 고화질의 사진은 기자들의 정형화한 사진과는 다른 다양한 모습으로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 팬들의 자발적 홍보수단?
이제 연예스타들이 등장하는 웬만한 행사장에서 ‘대포 여신’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그룹 샤이니의 팬들이 처음 사용한 ‘대포’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들은 최근 1∼2년 사이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 활동 무대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주 무대인 공항을 비롯해 팬사인회, 제작발표회 등을 누비며 ‘대포’를 들이댄다. 성능이 뛰어나 먼발치에서도 셔터만 누르면 된다.
연예계 관계자 혹은 아이돌 스타들의 팬 사이에선 일상이 된 ‘직캠’과 ‘대포 카메라’. 하지만 이는 어느새 ‘양날의 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ID의 사례처럼 팬들의 자발적인 홍보 수단으로 인정받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뒤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큰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 사생활 침해에 초상권 침해 논란까지
일부 팬들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특정 신체 부위만 촬영, 악의적으로 편집해 무분별하게 유포하고 있다. 멀리서도 세밀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공항에서는 아이돌 멤버들의 여권 등을 촬영해 여권번호를 유출시키는 등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아예 취재진을 사칭하는 팬들까지 나타났다. 최근 엑소 멤버 디오가 출연한 영화 ‘카트’의 언론시사회에서는 ‘대포 여신’들이 취재진을 ‘자처’하며 취재석에 앉아 디오를 촬영하다 신분이 밝혀지자 주최 측과 실랑이를 벌였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포토북의 경우에는 개인 소장용을 넘어 이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판매 수익금을 아이돌 멤버들에게 주는 선물 등 이른바 ‘조공’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초상권과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이처럼 비공식적으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일부 팬들이 왜곡해 사용하고 있지만 연예관계자들은 이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곤혹스럽기만 하다. 팬덤에 악영항을 미칠 것을 우려해 악의적인 의도로 흠집을 내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